국내 브랜드 진출 방식 새 전환점유통·물류 부담 덜고 글로벌화 지원K뷰티 수출 구조 변혁 기대
CJ올리브영이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면서 국내 인디 K뷰티 브랜드들의 미국 진출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아마존과 세포라, 울타뷰티 등 현지 유통망 입점에 의존했던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 기업이 직접 구축한 K뷰티 플랫폼을 통해 미국 소비자와 만나는 새로운 경로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연 데 이어 이달 로스앤젤레스(LA) 핵심 상권인 웨스트필드 센추리시티에 두 번째 매장 출점을 앞두고 있다. 패서디나점은 개점 첫 주말 수백 미터에 달하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현지 주요 언론들도 이를 집중 조명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매장 흥행 자체보다 그 의미다. 미국은 세계 최대 뷰티 시장이지만 국내 브랜드들에게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대형 브랜드들은 자체 조직과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지만 상당수 중소·인디 브랜드들은 유통망 확보와 물류, 마케팅, 규제 대응 등의 부담으로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의 미국 진출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아마존과 세포라, 울타뷰티, 월마트 등 현지 유통 채널에 입점하거나 직접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어느 쪽이든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자본력이 부족한 인디 브랜드들에게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했다.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이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K뷰티 전문 플랫폼이 미국 시장에 안착할 경우 국내 브랜드들은 보다 낮은 비용으로 현지 소비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패서디나점에는 400여개 브랜드, 5000여종의 상품이 입점했다. 상당수가 국내 중소·인디 브랜드들이다. 올리브영이 국내에서 토리든, 라운드랩, 넘버즈인 등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킨 것처럼 미국에서도 K뷰티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미국은 이미 한국 화장품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은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닐슨IQ(NIQ)는 지난해 미국 내 K뷰티 판매액이 전년 대비 37% 증가한 22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K뷰티가 특정 마니아층을 넘어 미국 주류 소비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미국 시장에 안착할 경우 가장 큰 수혜자는 인디 브랜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개별 브랜드보다 '올리브영'이라는 플랫폼을 먼저 찾게 되면 신생 브랜드들도 자연스럽게 노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 올리브영 입점이 브랜드 성장의 등용문 역할을 했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비슷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그동안 K뷰티 브랜드들은 미국 시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브랜드 경쟁력과 K브랜드로서의 강점을 알려야 했지만, 올리브영 플랫폼 안에서는 'K뷰티를 대표하는 리테일러'라는 틀 안에서 제품 경쟁력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K뷰티 인큐베이터이자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하며 우수한 브랜드들이 글로벌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들의 미국 공략 전략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아마존이나 세포라 입점을 위한 마케팅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올리브영을 통한 현지 안착 전략이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다. 미국 시장에 적합한 제품 개발과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한 뒤 올리브영 플랫폼을 활용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리브영 역시 미국 사업을 단순한 해외 점포 확대가 아닌 K뷰티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 패서디나점에는 K뷰티뿐 아니라 K웰니스 상품도 함께 선보였으며, 피부 상태를 분석해주는 '스킨스캔'과 맞춤형 상담 서비스 '더 뷰티 랩' 등 국내 매장에서 검증된 체험형 콘텐츠도 도입했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미국 1호점 개점 현장에서 "패서디나점은 국내 우수 중소 인디 브랜드들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무대에서 함께 성장하는 상생 생태계 고도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의 미국 진출이 단순한 해외 매장 확대를 넘어 K뷰티 수출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별 브랜드가 현지 유통망 문을 두드리던 시대에서 K뷰티 플랫폼이 직접 소비자를 만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certai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