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 총재 이임식 진행···신현송 후보자엔 "능력 있는 분, 절차 잘 처리되길"사상 첫 '빅스텝' 단행해 물가 안정화···20년 만에 가계부채 하락 반전 이끌어단순 금리 결정 넘어 '싱크탱크' 도약···구조개혁 화두 제시·소통 투명성 제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0일 퇴임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 직후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비상계엄, 중동 사태 등 대내외 복합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 대응을 이끌었다.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연달아 무산된 가운데 이 총재는 향후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를 당부했다.
20일 오전 이 총재는 이임식을 끝으로 제26대 한국은행 총재직에서 물러났다. 이 총재는 이임사를 통해 통화정책 운용 성과를 짚고 향후 한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물가 2%대 선제적 안착···'고공행진' 가계부채 비율 꺾은 '소방수'
이 총재가 취임 직후 마주한 과제는 6%대까지 치솟은 인플레이션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자 그는 사상 최초로 두 차례의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기준금리를 3.5%까지 빠르게 끌어올렸다.
이 총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가계부채 비율을 하락세로 돌려세운 것도 이 총재의 핵심 성과로 꼽힌다. 임기 초 국내총생산(GDP) 대비 99.1%에 달했던 가계부채 비율은 임기 중(2025년 3분기) 89.4% 수준까지 낮아졌다. 또한 레고랜드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 단기자금시장 경색 위기마다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로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막아낸 점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시끄러운 한은' 이끌어···'K-점도표' 도입 및 글로벌 위상 강화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역할을 단순한 금리 결정 기관 이상으로 확장했다. 저출생, 노동, 교육, 주거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 20편 이상의 구조개혁 보고서를 발간하며 정책 자문 기능을 강화했다.
그는 이날 이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부동산 문제는 청년층의 사회적 갈등과 저출산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의 투명성 및 글로벌 위상도 제고했다. '한국형 포워드가이던스(K-점도표)'를 전격 도입해 금통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이 총재는 "조건부 예측이라는 특성을 시장이 잘 받아준다면 6개월 앞을 내다보는 이 점도표 방식을 오히려 수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적으로는 비기축통화국 중앙은행 총재 최초로 국제결제은행(BIS)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의장직을 수행했다.
"금리만으론···" 통화정책 한계 지적···대내외 겹악재속 소신 행보
이 총재는 거시경제 관리 성과와 함께 통화·재정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짚었다. 그는 "지난 4년 위기를 관리하며 다시 한번 깨달은 점은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입에 크게 좌우되던 외환시장에서 이제는 국내 기업, 개인, 국민연금 등 거주자의 영향도 크게 확대되었다"며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2024년 중반 거센 금리 인하 요구 속에서도 물가와 환율, 금융 안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시기를 꼽았다. 이 총재는 "당시 시장 일각에서 '실기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동결은 딜레마에 빠진 것이 아니라 안 바꾸는 것이 맞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아직 중동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아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놨다. 이 총재는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에 대해 "임기 4년 내내 많이 도와주셨다"며 "능력 있는 분이니 절차가 잘 처리되길 바란다"고 신뢰를 보냈다.
한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한은 직원들이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선진국에 손색이 없다"며 "앞으로도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루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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