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유가 급등에 커지는 정유사 손실···정부 지원금도 현장서 제약

산업 에너지·화학

유가 급등에 커지는 정유사 손실···정부 지원금도 현장서 제약

등록 2026.04.16 08:14

이승용

  기자

최고가격제에 막힌 판매가···정유사 손실만 커져4.2조 손실보전 편성에도 업계 불안은 지속지원금 풀었지만 주유소 70%선 사용도 막혀

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그래픽=홍연택 기자(나노바나나 활용)

국제유가가 미국·이란 협상 기대감에 하락 마감했지만 국내 정유업계의 부담은 좀처럼 완화되지 않고 있다. 최고가격제로 인해 원가 상승분을 제때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손실이 누적된 데다, 정부가 도입한 고유가 지원금 역시 일부 주유소에서 사용이 제한되며 체감 효과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수익성 악화 우려와 함께 정책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2차 대면 협상 기대감에 국제유가가 하락 마감했지만 국내 정유업계의 부담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4.79달러로 전장보다 4.6% 내렸고, 미국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91.28달러로 7.9%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협상이 1차 때처럼 결렬될 경우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2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최근의 고유가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전날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997.94원, 경유는 1992.4원까지 올랐다. 서울 휘발유 가격은 2027.46원, 경유는 2013.7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원가 상승분을 국내 판매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휘발유(92RON) 가격은 지난 2월 27일 배럴당 79.64달러에서 3월 23일 157.22달러까지 급등한 뒤 최근 123.87달러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지난 10일 0시부터 3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2차와 동일한 수준인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으로 동결했다.

국제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국내 판매가격이 묶이면서 가격 괴리가 확대되고 있고, 이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정유사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현재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하면 일반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100원을 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1차 최고가격제 적용 기간 리터당 손실이 159원, 2차 적용 기간에는 190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사 부담은 단순한 수익성 악화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유가 상승분에 웃돈까지 붙여 원유를 도입해야 하는 데다 운송비와 보험료까지 먼저 지급해야 해서 현금흐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4조원 이상의 합산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되지만 업계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재고평가 효과가 실적 개선 전망에 반영됐을 뿐, 고점에서 매입한 원유 부담이 본격화하면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국내 정유사들이 배럴당 120~130달러대에서 구매한 원유 상당량이 현재 운송 중인 상태다. 이 물량이 국내에 도착하기 전 국제유가가 급락할 경우 대규모 재고평가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1분기 실적 개선 전망이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이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정유사 손실 보전 목적 예비비 4조2000억원을 편성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이 역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국민 1인당 10만~60만원의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기준상 해당 상품권은 연매출 30억원 이하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연매출 30억원 이하 주유소는 전체의 30%에도 못 미친다. 결과적으로 전체 주유소의 약 70%에서는 지원금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소비자 가격 안정을 위해 정유사 손실은 키우고, 고유가 부담을 덜겠다며 내놓은 지원금은 정작 주유 현장에서 제약을 받는 구조다. 국제유가 불안이 이어질 경우 정유사 손실 누적과 정책 실효성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유 도입단가와 물류비, 보험료 부담이 동시에 커지고 있지만 최고가격제로 판매가격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손실 보전 예산을 편성했더라도 유가 불안이 길어지면 정유사들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유업계 관계자는 "유류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실제 영업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은데 단순 매출 기준만으로 지원금 사용처를 제한하는 것은 업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고 꼬집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