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1년 3개월 만 거래 재개···'자본잠식' 탈출고강도 자구책·그룹 지원 힘입어 분기 흑자전환효성 '꼬리 리스크' 완화···그룹 전반 재평가 모멘텀
효성그룹의 재무적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효성화학이 상장폐지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지 1년여 만이다. 효성중공업의 전력기기 호황을 앞세워 그룹 재평가를 노리는 효성으로서는 화학 부문의 급한 불을 끄고 포트폴리오 정상화의 고비를 넘기게 됐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기업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 유지가 결정되면서 전날인 15일부터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지난해 3월 자본잠식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된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효성화학은 2024년 사업연도 말 기준 자본총계 -680억원을 기록하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상 완전 자본잠식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재무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베트남 생산법인 효성비나케미칼즈의 누적 적자였다. 효성화학은 베트남 폴리프로필렌(PP)과 탈수소화(DH) 설비 구축에 약 2조원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베트남에서 프로판을 원료로 PP를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기대했다.
하지만 설비 결함으로 가동 중단이 반복된 데다, 같은 시기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PP 가격까지 하락해 베트남 법인은 매 분기 수백억원대 적자를 냈고, 차입금 상환 부담은 고스란히 본사로 돌아왔다.
베트남 법인 정상화 시동···자구책 효과 가시화
이에 효성화학은 거래소가 부여한 1년의 개선기간 동안 강도 높은 자구책을 꺼내 들었다. 우선 수익성이 떨어진 테레프탈산(TPA) 사업 등을 정리하고, 인력 구조조정과 원재료 공급처 변경 등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또한 베트남 법인 관련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 효성비나케미칼즈 지분 49%를 특수목적법인(SPC)인 효성비나제일차에 매각했다. 동시에 베트남 DH 설비 개보수 작업을 마치고 가동률을 100%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려 원가 절감 효과를 냈다. 이에 힘입어 효성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 5870억원을 유지하는 가운데 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6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다.
효성화학의 정상화 과정에는 그룹 차원의 지원도 크게 작용했다. 지주회사인 ㈜효성은 효성화학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베트남 법인 지분 49%를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유동화하는 과정에서 약 3835억원 규모의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효성티앤씨는 효성화학의 특수가스사업부를 인수했고, ㈜효성은 온산 탱크터미널을 매입했다. 효성화학이 자산 매각과 외부자본 유치로 자구책을 이행하는 동안, 지주사와 계열사가 신용 보강과 자산 인수에 나서며 그룹 차원의 정상화 작업이 함께 이뤄진 셈이다.
효성화학 리스크 완화···그룹 포트폴리오 정상화 속도
이번 거래 재개로 효성화학은 상장폐지 리스크에서 벗어나며 오랜 '아픈 손가락' 이미지를 털어내게 됐다. 효성그룹 전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그동안 효성그룹은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전력기기·변압기 슈퍼사이클을 타고 실적과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안, 효성화학의 베트남 적자와 자본잠식 리스크가 그룹 전반의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효성화학의 재무 불안이 지주사와 계열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룹 주가의 발목을 잡는 '꼬리 리스크'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석유화학 시황도 일부 우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효성화학의 주력 제품인 PP 가격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이후에도 전쟁 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효성화학은 원료가 원유가 아닌 프로판가스인 만큼 원유 가격 변동의 직접적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원가 측면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여지도 있다.
다만 완전한 정상화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부채비율은 여전히 300%를 웃돌고 있고, 총차입금도 1조6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효성화학에 대해 "수익성 개선이 영업현금흐름과 채무 상환 능력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효성화학도 향후 수익성 확보와 차입금 감축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차입금 감축 활동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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