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낮엔 튤립, 밤엔 불꽃···에버랜드, 봄을 '하루 코스'로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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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튤립, 밤엔 불꽃···에버랜드, 봄을 '하루 코스'로 만들다

등록 2026.04.16 11:00

수정 2026.04.16 11:07

양미정

  기자

사파리 리뉴얼·서커스·불꽃쇼 결합단순 시즌 이벤트 넘어 '시간 소비 구조' 강화

에버랜드 튤립축제 현장. 사진=에버랜드에버랜드 튤립축제 현장. 사진=에버랜드

에버랜드가 올봄 튤립축제를 중심으로 사파리월드 리뉴얼, 멀티미디어 불꽃쇼, 서커스 공연 등 신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며 봄철 집객 효과를 끌어올리고 있다. 꽃이 계절 수요를 끌어들이는 핵심 동력이라면, 새로 단장한 사파리와 실내외 공연은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성장 동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달 20일 튤립축제 개막 이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50만 명 이상의 상춘객이 이곳을 찾았고, 입장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봄꽃 중심의 시즌 행사에 콘텐츠 밀도를 더한 결과 '한 번 들어와 오래 머무는 구조'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에버랜드 튤립축제 현장. 사진=에버랜드에버랜드 튤립축제 현장. 사진=에버랜드

15일 오후 2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에버랜드에 들어서자 포시즌스가든 일대는 봄 정원을 찾은 방문객들로 붐볐다. 튤립과 수선화, 무스카리 등 100여 종, 약 120만 송이의 봄꽃이 정원 전면을 채우고 있었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층층이 배치된 화단 사이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 튤립축제의 콘셉트는 '마이 스프링 팔레트'다. 봄꽃을 단순히 넓게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색의 대비와 식재 밀도를 세분화해 정원 전체를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대형 LED 스크린 속 정원 영상과 실제 화단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인피니티 튤립 가든'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이 모였고 정원 곳곳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과 연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멈춘 채 오랜 시간 머무는 모습이 이어졌다. 단순히 봄꽃을 '보는 공간'을 넘어 '머무는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 특징이다.

에버랜드 서커스 공연. 사진=에버랜드에버랜드 서커스 공연. 사진=에버랜드

이어 방문한 실내 공연장에서는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그랜드스테이지에서 진행 중인 '윙즈 오브 메모리'는 캐나다 서커스 제작사 엘로와즈와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약 1000석 규모의 전용 극장에서 40분가량 진행된다. 주인공 '이엘'이 신비로운 고니와 정령에 이끌려 마법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곡예와 아크로바틱, 댄스, 영상, 음악, 특수효과가 결합된 공연이다.

공연이 시작되자 콘토션, 에어리얼 폴, 러시안 스윙 등 고난도 장면이 이어졌고 관람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놀이공원 공연 특유의 짧고 가벼운 이벤트성 무대라기보다 완성도를 갖춘 아트 서커스에 가까운 구성이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뿐 아니라 성인 관람객의 집중도도 높았다는 점에서, 에버랜드가 봄 시즌 콘텐츠를 보다 폭넓은 연령층으로 확장하려는 흐름도 읽힌다.

유아기 자녀와 함께 방문한 40대 김은지 씨는 "아이와 잠시 쉬어갈 겸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무대 연출과 서커스 완성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며 "배우들의 연기와 공연 구성이 매우 탄탄해 고가의 서커스 공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고, 아이도 오랜 시간 집중해서 볼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며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어르신들도 만족할 만한 공연"이라고 덧붙였다.

에버랜드 사파리월드. 사진=에버랜드에버랜드 사파리월드. 사진=에버랜드

정원을 출발점으로 한 방문객 동선은 사파리와 공연장 등으로 자연스럽게 분산됐다. 대부분의 방문객은 포시즌스가든을 둘러본 뒤 사파리월드로 이동했고, 이후 실내 공연장과 야간 불꽃쇼로 이어지는 흐름이 형성됐다. 계절형 콘텐츠로 유입을 만들고, 체험형 시설과 공연으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구조다. 에버랜드가 봄꽃 시즌을 활용하는 방식이 '한 번 눈길을 끄는 장면'을 만드는 데서 '하루 코스를 완성하는 구성력'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1일 리뉴얼 오픈한 '사파리월드 더 와일드'는 이번 시즌 변화의 중심에 있다. 약 1년간의 준비를 거쳐 재개장한 이곳은 동물복지와 고객 경험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방사장에는 폭포와 연못, 수목, 인리치먼트 구조물이 대폭 확대됐고, 사자는 '사바나 초원', 호랑이는 '포식자의 숲', 불곰은 '북방의 숲' 등 동물별 서식 환경을 반영한 테마가 적용됐다.

실제 탑승 구간에서는 넓은 공간을 천천히 이동하는 사자 무리와 숲 가장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호랑이의 동선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까이에서 보는 자극보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맹수들의 생활 방식과 서열 다툼 등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어 긴장감도 느껴졌다.

탐험 방식의 변화도 체감됐다. 기존 트램 대신 고가의 40인승 전기버스(EV 버스)가 도입되면서 이동 중 소음과 진동이 줄었고, 탑승감도 한층 안정적으로 개선됐다. 차량 외관은 사자와 호랑이, 반달가슴곰 콘셉트를 반영해 꾸며져 있어 탑승 전부터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기 공간 역시 단순히 줄을 서는 구간에 그치지 않았다. 사파리 아트워크와 실제 크기의 동물 그래픽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고, 관람을 마친 뒤에는 굿즈숍으로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굿즈숍에서는 한국호랑이 '다운', 사자 '도바'를 모티브로 한 봉제 인형 신상품이 진열돼 있었으며, 반려 인형을 입양하는 콘셉트의 이벤트도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탑승 대기부터 관람, 구매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테마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설계가 엿보였다.

에버랜드 불꽃쇼. 사진=에버랜드에버랜드 불꽃쇼. 사진=에버랜드

해가 기울자 포시즌스가든은 또 다른 공간으로 변했다. 스페셜 불꽃쇼 '빛의 수호자들'이 시작되기 전부터 정원 앞에는 관람객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공연이 시작되자 시선은 중앙 무대와 상공으로 동시에 쏠렸다.

약 20분간 이어지는 공연은 수천 발의 불꽃과 대형 오브제 드론, 3D 입체 영상, 레이저 맵핑, 특수효과, 음악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쇼다. 에버랜드 대표 캐릭터 레니앤프렌즈가 위기에 처한 에버가든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장면이 전개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상공 연출이 강화되면서 현장 집중도도 함께 높아졌다.

가든 중앙 무대와 초대형 스크린, 불꽃 연출이 동시에 작동하자 낮 동안 봄꽃으로 채워졌던 정원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야간 공연장으로 바뀌었다. 영국 설치미술가 브루스 먼로와의 협업으로 구현된 가든 라이팅까지 더해지면서 꽃 정원은 밤에는 '빛의 정원'으로 다시 소비됐다. 같은 공간을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체험하도록 한 연출이다.

올봄 에버랜드는 튤립축제로 봄철 수요를 끌어들이고, 리뉴얼된 사파리월드와 서커스, 불꽃쇼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전략에 힘을 실었다. 정원이 방문객 유입의 출발점이라면 사파리와 공연, 야간 콘텐츠는 체류 시간을 늘리며 현장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봄철 테마파크 운영이 단순한 계절 장식을 넘어 콘텐츠 조합과 동선 설계 등 보다 정교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올해 봄에는 튤립축제를 비롯해 새로 단장한 사파리월드, 서커스, 불꽃쇼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선보이며 방문객들이 한 공간에서 보다 폭넓은 즐길거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정원 관람과 체험, 공연, 야간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한 점이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절과 공간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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