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지연 끝 경쟁입찰 도입···방산업계 긴장기술유출·비용부담 리스크 기업 전가 비판업계, 대형 방산사업 기준 변화 가능성 주목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2년 넘는 지연 끝에 재개 국면에 들어섰지만 사업 방식과 기술자료 공유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며 또다시 암초에 부딪혔다.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방위사업청은 절차 강행 의지를 유지하고 있다.
15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을 상대로 KDDX 기본설계 제안요청서(RFP)를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반면 방사청은 사업 지연 최소화를 이유로 자료 제공 절차를 진행한 뒤 사법 판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KDDX 사업은 2023년 말 기본설계 완료 이후 곧바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단계로 넘어갈 예정이었지만,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이견으로 2년 가까이 표류했다. 특히 방사청이 기존 검토와 달리 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하면서 사업의 전제가 뒤흔들렸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사업 특성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후속 설계와 건조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입장이다. 설계 연속성이 확보돼야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방사청 역시 과거에는 이 같은 구조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공정성 논란을 의식한 경쟁입찰 도입으로 상황이 급변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단순한 절차 변경이 아니라 그간 투입한 자원과 전략 전반을 흔드는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갈등의 핵심은 기본설계 자료의 공개 범위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기본설계 단계에서 전체 설계의 약 80% 수준까지 진행된 만큼 해당 자료에는 단순 설계도를 넘어 핵심 기술과 사업 전략이 포함돼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장비 선정 방향, 원가 구조, 제안 전략과 직결된 정보까지 포함된 만큼 경쟁사에 자료가 넘어갈 경우 가격 산정이나 기술 선택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단순 참고 자료가 아니라 사실상 사업 경쟁력의 핵심 자산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방사청은 경쟁입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정보 공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 경쟁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 제공이라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공정성 확보'와 '기업 권리 보호' 간 충돌로 보고 있다. 경쟁입찰 도입으로 형식적 공정성은 확보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 유출 및 비용 부담은 기업이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방사청이 2년 넘게 사업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민감한 자료 제공을 단기간 내 강행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지연 책임은 공공에 있는데 리스크는 민간이 부담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사업 참여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쟁입찰에 응할 수밖에 없는 '울며 겨자 먹기' 국면에 놓였다는 평가다.
향후 관건은 법원의 판단이다. 이미 1차 심문이 진행된 가운데 오는 22일 예정된 추가 심문에서 기술자료의 성격과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이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방사청은 7월 최종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법원 결정에 따라 일정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향후 대형 방산 사업의 입찰 구조와 기술자료 관리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이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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