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이자 갚다 허리 휘는 '영끌족'···내수 침체 '악순환' 뇌관 되나

금융 금융일반 7% 공포

이자 갚다 허리 휘는 '영끌족'···내수 침체 '악순환' 뇌관 되나

등록 2026.04.01 17:07

김다정

  기자

5억 대출 시 월 상환액 100만원 급증···'이자 폭탄'에 가계 비명연체율 오르고 매수 심리 꽁꽁···'1.5%' 가계부채 관리에 '암울' 금리인하요구권 '유명무실'···"총량 규제 대신 자본 규제 강화해야"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7%대에 진입했다.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내수 침체의 '악순환'을 촉발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이날 기준 연 4.44~7.04%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선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금리가 한창 오르던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농협은행이 4.44~7.04%로 7%대를 뚫었다. 이어 ▲KB국민은행 4.87~6.27% ▲우리은행 4.63~6.33% ▲신한은행 4.66~6.07%로 ▲하나은행 4.72~5.92% 등이다.

올해 금리 상승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해 12월 말 3.930~6.230%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상단과 하단이 각 0.790%포인트(p), 0.490%p 올랐다. 불과 하루 전인 31일과 비교해도 0.02~0.03%p 수준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7%대 고금리' 5억원 빌리면 월 상환액만 '332만원'


시중은행들이 연초 대출 영업을 재개했지만 금리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연초 주담대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로 금리 인하 유인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으로 고금리 부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소비자와 영끌족들의 한숨만 깊어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규제부터 외부 변수까지 현재로서는 금리를 내릴 만한 뚜렷한 하방 압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차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수준의 금리 인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부담은 구체적인 금액으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5억원의 주담대를 받은 차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보면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 적용 대출 초기 원리금은 238만7075원 정도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7%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39% 급증한 332만6510원에 달한다. 웬만한 직장인 연봉 수준으로 연봉 인상률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빠른 속도다.

특히 이자 부담에 취약한 변동형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염려스럽다. 향후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대출금리가 추가 상승할 경우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 주담대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28.9%로 지난 2022년 7월(37%)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아졌다.

'소비 위축→내수 침체' 악순환···다시 칼 빼든 금융당국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돈이 추가로 빠져나가면서 차주들의 월급 주머니는 그야말로 '텅장(텅 빈 통장)'이 됐다. 소득은 제자리인데 이자 비용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가계가 실제 쓸 수 있는 '실질 가처분소득'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가계의 소비 여력 상실은 곧바로 내수 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OECD 상위권인 상황에서 '고금리→소비 위축→생산 저하→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다시 작동할 우려가 커졌다.

실제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손을 드는 차주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 기준 전국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연체율은 0.29%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2%p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상징적 지표인 서울 지역 연체율이 0.32%에서 0.35%로 올랐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주택 매수 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당장 이날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또 한 번 가계대출을 옥죄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부채 관리목표를 2025년 실적인 1.7%보다 한층 강화된 1.5% 수준으로 제시했다. 가계대출 관리목표 외에 주담대 관리목표도 신설해 주담대에 대한 체계적 관리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엄격한 총량 관리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 하에 향후 대출 조건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신규 대출 수요 유입을 통한 시장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서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이중 압박도 나타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고금리 기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물가도 안정화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계속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연평균 5% 증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커지는 금리 인상 우려···"금리인하요구권, 실효성 제한적"


불확실한 글로벌 정세가 이어지면서 막연한 금리 인하 기대는 흐릿해지고 있다. 오히려 장기화된 중동리스크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고개를 들면서 금융채와 대출금리 전반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현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금리는 정부의 수급 안정 의지에도 중동발 물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4월 금융통화위원회 동결 가능성이 높음에도 시장금리 상하방 요인 공존,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청문회, 추경 등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상승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금리인하요구권' 활용 등을 통해 실질적인 이자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다만 이런 제도가 실질적으로 차주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을 받은 뒤 취업, 승진, 연봉 상승, 신용점수 개선 등으로 상환 능력이 좋아졌을 때 금융회사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하지만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수용률 평균은 29.8%에 그쳐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년(33.4%)보다 낮아진 수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 개선 시 차주 보호를 위한 제도지만, 현재 은행의 낮은 수용률과 미미한 인하 폭으로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며 "수용률 공시 강화와 인하 폭 하한 기준을 법제화하는 방식으로 시장 압력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담대 금리는 7% 돌파 후 추가 상승이 가능해, 민간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총량 규제 대신 자본 규제 강화로 은행 가산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방안으로 차주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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