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 제품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2023년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이 탑재된 BEV 컨셉트 '아필라(Afeela)'가 공개됐고 2년 후에는 양산형 제품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초 CES에선 대량 생산을 앞두고 사전 계약이 이뤄지며 주목을 끌었다. 미국 기준 1억5,000만원 내외 가격에도 호기심이 발동한 사전 계약자가 몰리며 흥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소니혼다모빌리티가 아필라 출시를 전면 철회했다. 기존 계약자는 당연히 환불되지만 제품 생산을 앞두고 프로젝트가 전면 취소됐다는 소식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표면적인 이유는 혼다의 발 빼기다.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며 전용 e-플랫폼 제공은 물론 위탁 생산도 거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혼다는 북미 생산 예정이던 전기차 '제로 시리즈' 3종의 개발도 함께 취소했다. 계획 취소로 23조원 가량의 자산 가치가 사라지지만 불투명한 전기차 미래에 회사 운명을 걸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니혼다모빌리티 계획도 취소된 셈이다.
혼다가 미국 내 전기차 계획을 취소한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시장의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선 이후 석유 중심의 수송 에너지 전략이 다시 고개를 들고 BEV 보급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가 사라지며 BEV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로보택시 시장도 아직 크지 않아 소니혼다모빌리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자체가 혼다의 위험 부담으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반면 소니의 입장은 흥미롭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했던 소니는 프로젝트 중단이 재무 상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혼다가 하드웨어 개발과 생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것과 달리 소니의 소프트웨어 개발 부담은 훨씬 적기 때문이다. 엄밀히는 소프트웨어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제조물이지만 물리적 형태가 없어 개발비는 적게 들기 마련이다.
사실 이번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좌절(?)이 시선을 끄는 이유는 BEV가 점차 정치적 판단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동을 돕는 '자동차'라는 본질은 차이가 없지만 바퀴를 회전시키는 최종 동력으로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느냐를 두고 펼쳐지는 갈등이 곧 정치적 이해와 맞물렸다는 뜻이다. 석유 업계는 여전히 석유 중심을, 배터리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전기 동력을 수송 부문에 적극 도입하는데 이들의 입장이 미국 내에서도 곧 '보수 vs 진보' 구도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향후 자동차 시장 내 생존은 집중도 기준으로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북미 시장에 집중한 혼다는 미국의 석유 정치를 무시할 수 없어 BEV 전략을 철회했지만 이외 시장 내 전기차 경쟁력 약화도 감수해야 한다. 혼다뿐 아니라 전통적 개념의 수많은 자동차 제조사도 이제부터는 특정 지역의 집중도, 그리고 해당 국가의 수송 에너지 정책을 보며 제품 대응력을 결정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금보다 훨씬 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축하게 된다는 의미다.
한편에선 이번 결별이 소니에게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분석도 있다. 엔비디아처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또 다른 파트너를 찾을 수 있어 오히려 자율주행 수준 향상에 매진할 수 있어서다. 소니가 만들어내는 지능은 구동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형태와 사실상 무관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일은 이동할 때 필요한 이동 수단을 놓고 지능, 에너지, 제조라는 사업 영역의 주도권 싸움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여전히 주도권은 자동차회사에 있어 보이지만 지능 수준이 높아질수록 주도권 또한 이동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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