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은 "중동 사태 장기화 시 금융 불안 가장...석유화학 등 취약업종 직격탄"

금융 금융일반

한은 "중동 사태 장기화 시 금융 불안 가장...석유화학 등 취약업종 직격탄"

등록 2026.03.26 11:32

문성주

  기자

고유가에 인플레·긴축 우려↑···증시 '빚투'·파생상품 쏠림 경계원유 의존도 높은 석유화학 부담↑···취약기업 차환 리스크 고조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가능성···"필요시 시장안정화 적극 대응"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유재현 국제기획부장, 이정연 금융안정기획부장, 장정수 부총재보, 임광규 금융안정국장, 김정호 안정총괄팀장 (사진= 한국은행)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유재현 국제기획부장, 이정연 금융안정기획부장, 장정수 부총재보, 임광규 금융안정국장, 김정호 안정총괄팀장 (사진=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최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확대됨에 따라, 향후 사태 전개 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동 지역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공급망 교란으로 인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상황(2026년 3월)' 보고서를 통해 중동 리스크 확대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교란이 국내 물가와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중동 사태 이후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며 주요국 대비 크게 상승했다. 오름세를 이어가던 국내 주식시장 역시 사태 직후 큰 폭의 조정을 받는 등 변동성이 짙어졌다.

한은은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이어지면서 주가 및 환율의 변동성이 완화되는 것을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제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경우 글로벌 긴축 우려가 커지며 시장 금리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시 변동성을 부추기는 내부 요인도 지목됐다.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머니무브)이 뚜렷해지고 증권사 신용융자가 늘어나는 등 자금 유입이 확대된 점이 변동성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다. 특히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며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파생형 ETF 잔액이 올해 들어서만 2배 가까이 급증한 것도 불안정성을 높이는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무엇보다 실물 경제로의 충격 전이 우려가 크다. 한은은 사태 장기화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 기업 수익성이 하락하고, 이는 곧 취약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 약화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 저하, 회사채 차환 리스크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업종은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 물량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도 어려워 재무 건전성 저하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은은 이번 사태의 종료 시점과 확전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하며, 외환·금융시장과 취약 부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필요시 적기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단행할 수 있도록 정책당국 간 협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중동 사태는 여전히 전개 방향에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확전되는 등 장기화할 경우 실물 경제와 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구체적으로 중동 사태가 금융 시장에 어느 정도 충격이 되는지 수치로 판단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며 "현재로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상황 변화에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변수와 취약 기업들에게 자금 조달이 어려운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해 꼼꼼히 살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금융안정 상황점검을 주관한 이수형 금통위원은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상황에서 국내외 자산가격 조정 및 머니무브 등을 통해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중동 리스크의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물가의 상방위험과 성장의 하방위험이 모두 높아진 복합적인 도전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비하여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별 대응준비(contingency plan)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위원은 "한은은 외환·금융시장의 움직임, 중동상황 전개 및 파급영향을 신중히 살피는 한편, 시장불안이 발생할 경우 적기에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실시하는 등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