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트럼프 휴전 제안 두 차례 거부···중동전쟁 다시 장기화 국면말 한마디에 환율·유가 널뛰기···장기화 우려에 불확실성 커져 '밸류업' 은행권 건전성 관리에도 적신호···고환율·고유가 모니터링
일단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면서도 고유가·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수익성·건전성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물가·금리 상승으로 기업과 개인차주 부담이 확대되면 은행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13.6원 오른 1480.1원으로 출발했다. 지난 9일 1495.5원으로 마감했다가 유가 급등세가 안정되고 달러화가 하락하면서 이틀 연속 내렸으나 이날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밸류업' 페달을 밟던 5대 시중은행들은 고환율 흐름에 자본건전성부터 민감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 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불어나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RWA가 늘어나면 같은 자본 규모에서도 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본 관리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5대(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은행권의 CET1 비율은 약 0.01~0.03%p(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500원 돌파 시 5대 금융의 밸류업 로드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김석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향후 강경파가 이란 차기 정부를 주도하게 되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화 시 환율 상승압박은 더욱 높아지고, 고환율 지속 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증폭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중동전쟁 발발 이후 환율 변동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은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지표를 도입해 자본 효율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금융시장 지표 동향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면서 긴급 대응 체계를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관리 중이다.
환율을 끌어올리는 국제유가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유가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유가 흐름에 취약한 석유화학이나 항공·해운 등 주요 업종의 타격이 금융권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들이 중동전쟁 발발 초기부터 일제히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10억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속도전'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대출금리 인하, 긴급경영자금 지원, 대출 연장 등 맞춤형 유동성 공급에 주력해 연체율 상승과 대손비용 증가를 막는 차원이다.
이번 중동사태 초반만 해도 시장 지표를 단순 모니터링하는 수준이었으나, 은행들은 최근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자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고 산업별 익스포저도 상세히 분석에 나섰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석유화학 기업을 포함해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항공·해운 업종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4대 은행의 석유화학·항공·해운 기업에 대해 대출 잔액은 29조567억원에 달한다.
일단 은행권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환율 기조 속에서 자본건전성과 유동성을 관리해온 만큼 아직까지 대응 능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워낙 환율 변동성이 큰 탓에 보수적으로 관리해 온 만큼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도 "환율 상승이 RWA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제한적"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시중은행이 보수적으로 외화유동성을 관리하고 있어 현재 시중은행의 유동성 수준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에도 적절한 대응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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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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