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이체 이어 환전, 퇴직연금까지···'수수료 무료화' 확산빅테크 플랫폼 경쟁·당국 상생 압박··· 비이자이익 급감 우려↑글로벌 스탠다드와 괴리···"근본적 수익 모델 재편 고민 필요"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퇴직연금(IRP) 고객 유치를 위해 수수료 면제·축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으로 개설한 개인형 IRP 계좌에 대해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 오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으로 IRP에 가입하고 적립금이 5000만원 이상인 고객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50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수수료를 기존 0.45%에서 0.2%로 대폭 인하해준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개인형 IRP 가입 고객 중 퇴직금을 5000만 원 이상 입금한 고객을 대상으로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비대면 IRP 가입자 중 퇴직금 5000만원 이상 고객에겐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대면으로 IRP 계좌를 신규 개설하더라도 기존 대비 인하해주고 있다.
이 같은 퇴직연금 시장의 수수료 면제·인하 경쟁은 사실상 '생존 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2025년) 하반기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증권사 등 타 업권으로의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은행권은 핵심 방어책으로 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은행권의 수수료 인하 경쟁은 퇴직연금 시장을 넘어 환전, 펀드 등 타 분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2024년 토스뱅크가 '평생 무료 환전'을 선언하며 포문을 연 이후, 4대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무료 환전 특화 카드를 출시하며 외환 수수료 벽을 허물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취약차주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은행의 전통적인 수수료 수입원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인터넷전문은행 및 빅테크 기업과의 치열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확보 경쟁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상생금융 요구가 자리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이자 장사' 비판 여론 속에서, 은행들은 수수료 감면을 사회적 책임 이행과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은행의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이다. 국내 은행들은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를 오랜 기간 핵심 과제로 삼아왔으나, 전방위적인 수수료 제로화 현상은 이러한 전략에 급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보전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 줄어든 수수료 수입이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은연중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자본력과 플랫폼 경쟁력이 열위에 있는 지방은행 및 중소형 은행들은 수수료 무료화라는 치킨게임을 버텨내기 어려워 금융권 내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주요 은행과 비교하면 한국의 획일적인 수수료 무료화 현상은 뚜렷한 괴리를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은행들은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익자 부담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등 미국의 대형 시중은행들은 타행 송금 시 건당 15달러에서 30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한, 고객이 계좌 내에 일정 잔액을 유지하지 않을 경우 매월 10달러에서 15달러 안팎의 계좌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징수한다.
업계에서는 단순 거래 수수료에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수수료 무료화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고 고위험 상품 판매마저 제한된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 대중화나 알뜰폰, 배달 앱 등 비금융 신사업 진출을 통한 데이터 확보 및 이업종 융합을 가속화 등 다각적인 수익원 발굴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해외 은행의 경우 금융 서비스 제공은 정당한 비용 창출원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무조건적인 수수료 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한국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며 "국내 주요 은행들은 수수료 무료화 및 인하 추세를 거스를 수 없는 만큼, 고액 자산가에 국한되었던 PB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 대중화하고 신탁업 규제 완화를 발판으로 한 종합자산관리 부문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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