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동發 '기초소재 쇼크'···나프타·헬륨 흔들리면 반도체도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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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기초소재 쇼크'···나프타·헬륨 흔들리면 반도체도 멈춘다

등록 2026.03.05 11:33

신지훈

  기자

나프타·헬륨 등 핵심 소재 수급 차질 현실화 우려호르무즈 해협 사태, 국내 생산라인 운영 불안 가중삼성전자·SK하이닉스, 공급망 다변화에도 위험 여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보이지 않는 약한 고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원유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의 출발점이 되는 납사(나프타)와 헬륨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기초소재의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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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미국-이란 갈등 장기화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급 불안 우려

중동 의존 높은 나프타, 헬륨 등 공급 차질 가능성 부각

생산 라인 운영 및 원가 부담 증가 위험 현실화

숫자 읽기

한국 나프타 수입의 약 3분의 2가 중동 의존

카타르산 헬륨 66% 조달, 이스라엘산 브롬 97% 이상 의존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 경유

현재 상황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다수 공급선 확보·재고 점검 중

단기 생산 차질은 없으나 장기화 시 추가 대응책 마련 필요

정부, 대응 체계 격상·핵심 소재 집중 관리

맥락 읽기

반도체 산업, 에너지·화학소재 이중 의존 구조

공급망 충격 시 생산 차질·원가 상승·투자 지연 우려

고부가 AI 메모리 등 첨단 공정 안정성 위협

주목해야 할 것

기초소재 자립도 강화와 전략 비축 필요성 재부각

중동 정세 불안, 국내 산업 공급망 체질 개선 압박

단기 영향 제한적이나 장기화 땐 글로벌 공급 차질 가능성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는 실리콘 웨이퍼 위에서 수백 차례의 세정·노광·식각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제품과 특수가스는 대부분 석유화학 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문제는 그 출발점 상당 부분이 중동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우선 나프타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다. 한국은 나프타 수입의 약 3분의 2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물질을 분해해 얻는 에틸렌·프로필렌은 다시 각종 정밀화학 제품으로 가공된다. 포토레지스트 용제, 세정제, 식각용 가스의 전구체 등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유기화합물의 상당수가 이 계열에서 출발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나프타 운송이 차질을 빚을 경우, 여수·울산 등 국내 석유화학 단지 가동률이 낮아지고 이는 곧 반도체 공정용 소재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공정은 '저스트 인 타임' 방식으로 돌아가는 만큼, 특정 화학소재가 며칠만 끊겨도 라인 운영에 부담이 된다.

헬륨도 변수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권 생산국으로 꼽힌다. 헬륨은 액화 천연가스(LNG) 생산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만큼, 천연가스 대국 카타르에서 66% 가량을 조달하고 있다. 헬륨은 극저온 냉각, 웨이퍼 이송 보호, 노광·식각 공정의 캐리어 가스 등으로 활용되는 대체 불가 자원이다. 특히 미세공정이 고도화될수록 가스 순도와 안정성이 중요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미국, 카타르 등과 장기 계약을 통해 헬륨을 조달해 왔지만, 중동 정세가 악화돼 수송에 제약이 생기면 비용 상승과 수급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최근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최대 LNG 생산 시설 가동이 중단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부 공급선이 다변화됐지만, 첨단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헬륨 확보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생산 중단 상황은 아니지만, 해상 운임과 보험료가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정 소재의 리드타임이 길어질 경우 재고 전략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문제는 또 있다. 이란으로부터 보복 공격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에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산업의 주요 거점인 레호보트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공장의 반도체 측정·검사 장비도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반도체 회로를 그려 넣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공정에 쓰이는 브롬가스 최대 생산지도 이스라엘 사해다. 지난해 한국의 이스라엘산 브롬 의존도는 97%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핵심 소재에 대해서는 다수의 글로벌 공급선을 확보해 두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가스와 화학소재에 대한 재고와 대체 조달 체계를 점검 중"이라며 "단기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추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존 긴급 점검 체계를 차관급 본부로 격상하고, 원유·가스뿐 아니라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까지 점검 범위를 확대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나프타와 브롬, 헬륨 등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분류했다.

정부는 나프타의 경우 수출 물량을 국내 전환하는 방안과 대체 공급선 확보를 업계와 협의 중이다. 헬륨과 일부 특수가스에 대해서도 미국·호주 등지에서의 추가 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원유는 200일분 이상 비축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지만, 소재 분야는 품목별 특성에 맞춘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4분의 1이 지나는 전략 요충지다. 만약 통항이 제한되면 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에너지 집약적일 뿐 아니라 화학·가스 의존도도 높아 '이중 충격'에 노출돼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될 경우 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분쟁이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원가 상승과 투자 지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특히 인공지능(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정 안정성이 흔들리면 글로벌 공급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계기로 기초소재 자립도 제고와 전략 비축 확대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최첨단 산업이지만, 그 기반은 여전히 원유와 가스 같은 전통 자원에 닿아 있다. 중동 정세의 파고가 높아질수록, 국내 산업의 공급망 체질 개선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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