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첫날, '빈손 행장 출근 저지' 노조 투쟁에 3분 만에 발길 돌려이 대통령 지적에도 '총액인건비 제도' 답보···노조 "멈추지 않을 것" 반복되는 기업은행장 출근 잔혹사···'내부 출신' 선임에도 장기화 우려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IBK기업은행 본점 로비에는 오전 7시 30분이 지나자 빨간색 투쟁 머리끈을 동여맨 기업은행 노조원이 속속 모여들었다.
금융위원회가 전일 새 기업은행장에 장민영 현 IBK자산운용 대표이사를 발탁하자 노조가 곧장 출근 저지에 나선 것이다. 장 행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오는 2029년 1월 22일까지다.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출근길 저지 투쟁에 앞선 사전 집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하고, 지난 19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직접 공개한 '기업은행 예산과 정원 자율성 확보'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당선인도 "이 투쟁은 단순히 돈 몇 푼을 더 받기 위한 투쟁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상황을 정상으로 바꾸기 위한 귀중한 투쟁"이라며 "기업은행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서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결할 약속과 증명을 갖고 와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행장의 답변에도 노조가 물러서지 않자 3분간 대치하던 장 행장은 "오늘은 이만 돌아가겠다"며 출근을 강행하지 않고 검정색 승용차에 다시 올라 기업은행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차에 타기 전 장 행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저 역시 기업은행 임직원들이 어떤 소망을 갖고 있는지, 이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 노조의 힘이 컸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노사가 협심해서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총액인건비 제도' 평행선···임기 첫날부터 노사 갈등 직면
내부 출신임에도 출근 저지 투쟁을 맞닥뜨린 장 행장은 임기 초반 '총액인건비 제도'를 두고 노조와의 갈등 해결에 집중할 전망이다. 노조는 "장 은행장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단 한발짝도 들어올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인건비 상한선으로 인해 기업은행은 초과 근무시간을 수당이 아닌 휴가로 지급하고 있다. 매달 직급별로 3급 11시간, 4급 이하 13시간 이내에서만 시간외수당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이를 초과한 근무는 수당 대신 휴가로 환산해 부여한다.
정작 현장에선 "인력 부족 현상을 겪는 탓에 직원들은 받은 휴가를 다 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 노조는 휴가가 아닌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외수당이 직원 1인당 600만원, 총 780억원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지만 한 달째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금융위와 기획재정부는 서로 책임을 전가한 채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반대하던 노조···'내부 출신' 가로막은 이유
'신임 기업은행장 잔혹사'는 인사 시즌마다 흔하게 반복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장기간 출근 저지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3일 첫 출근을 시도하던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노조의 낙하산 인사 반대 시위에 막혀 10분 만에 발걸음을 돌린 사례가 있다. 이후 임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무려 27일 만에 본사 집무실 입성에 성공했다.
바로 직전 내부 출신 행장이었던 김성태 전 기업은행장 시절에는 다른 곳에서 시위가 터졌다. 차기 김 전 행장 임명 이전에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마평에 오르자 노조는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단 신임 행장의 경우 '내부 출신'임에도 노조 시위로 출근이 무산된 건 이례적인 상황이다. 일각에선 금융권 최장 출근 저지 신기록을 다시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노조 측은 정부가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는 상황에서 신임 은행장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도 노조는 전 직원 미지급 보상 휴가의 전액 현금 지급과 전 직원 특별 성과급 지급을 조정안으로 제시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장민영 신임 행장은 본점으로 출근할 것이 아니라 금융위에 가서 원하는 것을 받아오라"며 "구체적인 문제 해결 대안을 제시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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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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