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올해도 성장 가능성만 확인한 펫보험, 기다리다 지친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올해도 성장 가능성만 확인한 펫보험, 기다리다 지친다

등록 2025.12.24 17:01

김명재

  기자

반려동물 양육 가구 증가 속 미진한 시장 확장세구조적 한계 여전히 개선 미비···시일 더 걸릴 듯경쟁 심화했지만 손해율 등 리스크 관리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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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은 올해도 보험업계의 유망주로 빠지지 않고 언급됐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꾸준히 늘어나며 시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지난 5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다수 후보가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펫보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 시장 규모는 도입 초기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성장했다. 상반기 기준 펫보험 신계약 건수는 6만3184건을 기록하며 보유 계약 건수는 20만건을 넘어섰다. 펫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운 손해보험사들 역시 현재 새로운 상품과 특약을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장세가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9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반려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12.8%에 그쳤다. 조사 표본의 한계를 감안할 경우, 실제 전체 가입률은 이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기대감도 점차 식어가는 분위기다.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설립을 추진한 파우치보험준비법인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1호 펫보험 전문 보험사를 목표로 출범한 이 회사는 지난 4월 6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해 주목받았지만, 결국 사업화를 이루지 못하고 폐업 수순을 밟게 됐다.

펫보험 활성화를 가로막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도입 초기부터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동물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수가와 보장 범위가 소비자 불신을 키우며, 이는 곧 가입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정부가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 중인 '표준수가제' 논의도 하반기 들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도 안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입장에서 체감하는 실익 역시 아직 불확실하다. 경쟁 확대로 보험료 규모는 커졌지만, 진료비 편차와 정보 부족으로 손해율 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자칫 손해율 악화로 실손의료보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이러한 위험을 의식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3~5년 주기로 이뤄지던 재가입 주기를 1년까지 축소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펫보험은 분명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가능성만 되뇌는 단계에 머물러서는 보험사들이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 제도 정비와 소비자 신뢰 회복, 보험사의 수익성 확보라는 세 가지 과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펫보험은 내년에도 또다시 기다리기만 하는 시장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성장을 말하기에 앞서, 이제는 결과로 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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