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표류하던 KDDX 사업 방식 선정···'지명경쟁입찰'로 결정李 대통령 발언으로 새국면···첨예하게 입장 엇갈리는 두 라이벌치열한 수주전 예상···불법자료유출 유죄 판결 '감점 연장' 관건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설계 중 만장일치로 '경쟁입찰'을 결정했다. 방산업체만 참여가 가능한 지명경쟁입찰 방식이다.
방사청은 해군 전력 공백 최소화를 위해 늦어도 2026년 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을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쟁입찰'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희비교차
2년가량 지연됐던 '7조원 규모'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결정되면서 해양방산 양대산맥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이에선 표정이 엇갈린다.
KDDX 사업은 국산 레이더와 미사일, 통합 전투체계 등을 장착한 방공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해군의 핵심 사업이다. 총 7조467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KDDX 사업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왔다.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초도함(1번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이어지는 군함 건조 과정에서 개념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통상적으로는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와 건조까지 맡는 것이 관행이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한화오션 측의 군사기밀을 불법 탈취했다는 의혹이 '유죄'로 결론이 난 이후, 서로 고소·고발전까지 벌일 정도로 갈등이 치달았다.
올해 양사는 함정 수출사업 원팀을 조성하면서도 KDDX 사업자 선정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를 이어갔다. HD현대중공업은 기존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주장하는 반면 한화오션은 경쟁 입찰을 요구했다. 한 발 물러선 한화오션이 공동 설계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놓았으나 HD현대중공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수의계약을 고수했다.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공을 넘겨받은 방사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하지만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충남 타운홀미팅 당시 "군사 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주느니 마느니 하느냐'는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던데, 그런 것 잘 체크하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방사청의 경쟁입찰 방식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번 결정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다. HD현대중공업은 "그간 지켜온 원칙과 규정이 흔들렸다"고 언급한 반면, 한화오션은 "다행스러운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방추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그간 지켜져 온 원칙과 규정이 흔들린 데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방추위의 결정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며, 향후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한화오션은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자 선정방식이 이제라도 결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라며 "향후 KDDX 사업 수주를 통해 대한민국 해군력 증강에 기여하고, 2030년대 K-해양방산을 이끌 수 있는 명품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이냐, HD현대중공업이냐···치열한 수주전 예상
일단 방사청이 한화오션의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에서는 KDDX 사업에서 한화오션이 유리한 고지에 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에 양사 모두 기회 요인과 약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뜻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KDDX 사업은 양사 모두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기회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수선 양강이 충돌하는 이번 수주를 통해 추후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DDX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은 해군의 기함급 구축함인 세종대왕급과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군사 기밀 불법 탈취에 따른 벌칙(보안 감점)이 내년 말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방사청은 지난 11월 19일로 끝난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을 1년 더 연장할지 검토 중인 상황이다. 연장되면 KDDX 입찰에서 HD현대중공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하면 방사청으로서는 보안 감점과 관련해 심도 있는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설계를 수행하지 않은 한화오션의 경우 추후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참여하게 될 경우 기술적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오션이 선체와 추진 계통, 한화시스템이 전투체계와 레이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함포와 미사일을 맡아 한화 계열사들이 KDDX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강점이 있지만, '독점'이라는 이슈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경쟁입찰을 주장해 온 한화오션이 한발 앞선 듯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선뜻 양사의 우위를 판가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ddang@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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