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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장모님"···쿠팡 청문회에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만 출석

등록 2025.12.17 11:55

조효정

  기자

'김범석·박대준' 핵심 인사 불출석, 실질적 소명 어려워 불만 고조한국어 불가한 외국인 임원 참석···'통역 청문회'로 전락국회 '청문회 무력화' 지적...책임 공방 거세져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국회 청문회에 소환된 쿠팡이 핵심 책임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과 박대준 전 대표를 출석시키지 않고, 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임원 2명을 대신 참석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오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열고 사고 경위 및 책임 소재를 따졌다. 그러나 국회의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범석 의장과 사고 당시 대표였던 박대준 전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는 쿠팡코리아 해럴드 로저스 대표이사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브렛 매티스가 출석했다. 두 사람은 모두 외국인으로, 국회의 질의에 직접 응답하지 못하고 통역을 통해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청문회가 진행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두 사람 모두 한국어를 할 수 있느냐"고 묻자, 통역사는 "로저스 대표는 '안녕하세요' 정도 외에는 한국어를 전혀 못 한다"며 "국회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매티스 CISO에 대해서도 "장모님, 처제, 아내, 안녕하세요 정도의 단어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김범석 의장이 왜 직접 나오지 않았느냐"고 따졌고, 이에 해럴드 로저스 대표는 "쿠팡코리아의 CEO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해당 사안은 내가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런 방식의 출석은 국회를 기만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임원에게 질문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비판했다.

쿠팡은 지난 6월 수백만 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일으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내부 시스템 취약점과 대응 지연이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국회는 정확한 사고 원인과 책임자 조사를 위해 청문회를 소집했다.

하지만 핵심 당사자들이 불출석하고, 실질적 답변이 어려운 외국인 임원들만 나온 이번 청문회는 시작부터 파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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