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연말마다 가계대출 셧다운 반복···"총량규제 변화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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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마다 가계대출 셧다운 반복···"총량규제 변화 고민해야"

등록 2025.11.24 10:27

박경보

  기자

연초 가계대출 목표치 조기 소진으로 실수요자 불안 주택거래 실행 시차·신용 수요 확대가 대출 속도 왜곡경상성장률 전망치 한계···대안은 추세성장률·가격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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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연초 목표를 초과하면서 연말 가계대출 셧다운 사태가 또 벌어졌다. 단기 전망에 연동된 총량제가 거래 시차와 시장 흐름을 반영하지 못해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히는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고액 차입만 비용을 부과하는 가격기반 규제로 전환하고 연간 목표가 흔들리지 않는 중기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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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황은

4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 연초 목표치 32.7% 초과

대부분 은행 가계대출 총량 여력 소진

KB국민·하나은행 주택담보대출 등 신규 접수 중단

숫자 읽기

4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7조8953억원

연초 목표치 5조9493억원보다 1조9460억원 초과

지난해 5대 은행 대출 증가액 목표치 29.4% 초과

문제의 원인

총량제 단기 전망치에 연동돼 거래 시차·시장 흐름 반영 못함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차, 신용대출 수요 증가로 총량 소진 가속

총량제, 경기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며 시장 불안정성 키움

맥락 읽기

경상성장률 전망 오차 확대, 외생 변수로 목표치 자주 변경

총량제·DSR만으로 실수요자 보호와 레버리지 억제 한계

고소득 차주 대규모 차입이 시장 변동성 주도

주목해야 할 것

가격기반 누진적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목소리 확대

2~3년 단위 중기 목표로 대출 공급 안정화 필요성 제기

실수요자 보호, 시장 왜곡 최소화 위한 정책 대안 논의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이달 20일 기준 7조89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가 목표치인 5조9493억원을 32.7%나 초과한 수치다. 은행별 초과율이 최대 59.5%에 달해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을 제외하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여력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가계대출 접수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비대면 기준 22일, 영업점 기준 24일부터 주택구입 목적의 주담대 신규 접수를 중단했고, 타행에서 갈아타는 주담대·전세·신용대출 대환도 함께 제한했다.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도 같은 날부터 신규 취급이 중단됐다. 하나은행도 오는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한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아직까지 별도의 추가 제한 조치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 마감으로 수요가 일부 쏠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가 속도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은행 모두 총량 여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될 경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셧다운 사태는 10·15 대책 이전에 체결된 주택 거래가 연말로 넘어오며 실행되기 시작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계약 이후 실행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는데, 이 같은 구조를 총량제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증가 폭이 갑자기 튀는 문제가 발생했다. 거래는 연중 발생했지만 실행은 연말에 몰리는 '시차 왜곡'이 누적되면서 총량 소진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는 얘기다.

자산 투자 목적의 신용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난 점도 총량 소진을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외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레버리지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며 신용대출 증가 폭이 예상보다 크게 늘었다는 평가다. 은행권은 10·15 대책 이후 주담대 증가 속도를 조절해 왔지만 신용대출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총량 관리 여력이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도 5대 은행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크게 웃돌며 총량 관리에 실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은행의 대출 증가액은 14조6800억원으로 목표치 11조3569억원을 29.4% 초과했다. 당시 NH농협은행만 목표를 지켰을 뿐 우리은행의 목표 대비 증가율은 705.5%에 달하기도 했다.

외생 충격에 GDP 전망치 들쭉날쭉···"중기 목표 설정해야"


현행 총량제가 반복적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연간 경상성장률 전망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과 GDP 디플레이터를 합산해 산출하는데, 두 지표 모두 최근 전망 오차가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 리스크, 공급망 재편, 팬데믹 이후 수요 회복 등 외생 충격이 잦아지면서 연초 설정한 목표가 연중 수차례 뒤바뀌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은행과 차주는 방향성을 예측하지 못한 채 분기별·월별로 대출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

총량제가 경기 흐름과 반대로 움직이며 시장 불안정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상성장률이 낮아지는 시기에는 총량 목표도 함께 줄어들어 이미 위축된 대출 공급이 더 크게 위축된다. 반대로 성장률 전망이 높을 때는 총량 목표가 넓어져 자금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서 자산가격 상승과 레버리지 확대를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불황에는 신용경색을 심화시키고 호황에는 과열을 부추기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경기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매년 경상성장률 전망에 맞춰 총량 목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는 시장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단기 전망치 대신 경기의 기본 흐름을 보여주는 '추세 성장률'을 기준으로 2~3년 단위의 중기 목표를 설정해야 대출 공급이 출렁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 "가격기반 거시건전성 부담금 도입 필요"


총량제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만으로는 실수요자를 보호하면서도 과도한 레버리지를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가 전체 담보대출의 28.7%를 차지해 고소득 차주의 대규모 차입이 가계대출 증가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DSR은 소득이 높을수록 한도가 커지는 구조여서 수도권 집값이 뛰던 시기에 고액 차입자가 먼저 대출을 늘리며 시장 변동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대출 금액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비용이 누진적으로 증가하는 가격기반 거시건전성 부담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 목적(매매·전세)과 무관하게 금액만을 기준으로 규제하면 소액·실수요자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총량 증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고액 차입자에게만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누진적 거시건전성 부담금 제도는 대출 금액에 비례해 부과되는 가격 기반 규제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접근성을 보호하고 시장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판단된다"며 "이를 통해 경상성장률 기반 총량규제와 DSR 중심의 상환능력 평가를 보완하고, 차주의 수요 행태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로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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