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2년 표류 KDDX, 또 해 넘기나···12월이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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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표류 KDDX, 또 해 넘기나···12월이 분수령

등록 2025.11.18 15:56

김제영

  기자

KDDX 사업자 수의계약 무산···12월 분과위 재상정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구축함 '기술 주도권' 경쟁경쟁입찰·상생안 유력···이해관계 얽혀 표류 가능성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2년째 표류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을 추진했지만 연거푸 무산되면서 사업은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 정치와 산업 부문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14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안건을 상정했으나 민간위원·정치권의 반대로 의결되지 못했다. 지난 3월, 4월, 8월, 9월에 이어 다섯번째 무산이다. 이에 방사청은 경쟁입찰안과 상생안(양사 절충안)을 보완해 12월 4일 다시 상정하기로 했다.

KDDX는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모두 국산 기술로 건조하는 사업으로,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후속함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현재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두 회사가 맞서는 구조다.

핵심 쟁점은 '선도함 건조 주도권'이다. 선도함을 맡는 회사가 전투체계 통합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되고, 그 결과 후속함(2~6번함) 수주에서도 구조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수행한 만큼 수의계약이 관례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한화오션은 과거 군사기밀 유출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이 받은 보안벌점(2025년 12월까지 적용)을 근거로 공정한 경쟁입찰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방사청은 납기·기술 일관성을 이유로 수의계약을 선호해 왔다. KDDX의 전력화 목표 시기가 2030년대인데 이미 약 2년 지연됐고, 경쟁입찰로 전환 시 평가 과정에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민간위원과 정치권은 "보안 위반 이력을 가진 업체에 단독 수의계약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상생안(공동 수행안)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업체 간 역할 배분이 '일감 나눠먹기'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대규모 방산 사업 특성상 책임 소재가 모호해지고 품질·가격 경쟁 동기가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의사결정이 또다시 지연될 경우, 방사청이 해당 안건을 국방부 장관 주관의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로 이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근 이용철 신임 방사청장이 취임하면서 사업의 진척 여부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높아진 상태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12월에 결론이 나지 않으면 전력화 일정 차질 및 예산 편성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해군 전력화를 감안하면 KDDX 사업의 지연은 부담이 크다"며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든 결정을 내릴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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