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소비자 중심·신뢰 금융 3대 과제 제시자본규제 완화로 '선순환'···우리은행 80조 투자배드뱅크·가계부채·지역금융 등 현안 대응 주문
29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은행장 간담회에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장, 국책은행, 지방은행, 외국계 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대표까지 국내 은행 수장이 모두 참석했다. 한 자리에 모인 은행권 CEO들은 '금융 대전환'을 위한 방향과 과제를 공유하고 정책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금융산업의 대전환을 위한 세 가지 방향으로 생산적 금융, 소비자 중심 금융, 신뢰 금융을 제시했다. 그는 "은행이 자금을 단순히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쏟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금융권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은행장들 역시 자금이 부동산 쏠림에서 벗어나 서민·실수요자, 혁신기업, 전략산업 등에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가계부채 관리, 금융 보안 강화 등 사회적 책무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금융산업의 근본적 전환을 주문했다. 먼저 이 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소비자 중심 금융·신뢰 금융을 3대 축으로 제시하며 "은행이 우리 경제 구조적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은행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생산적 금융 확대 여건이 마련됐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또한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출범을 앞두고 취약차주의 신속한 경제 복귀를 지원해 금융시스템의 선순환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가계부채 관리와 해킹 사고 대응 등 금융 안정 과제를 언급하며 보안·내부통제 강화, 지역 금융공급 확대, 청년 고용 지원 등을 당부했다. 특히 헨리 포드의 말을 인용해 "모두가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면 성공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은행권 "금융당국과 원팀으로 협조···취약계층 지원 총력"
이어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권의 책무와 당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은행권도 국가 경제 대전환의 핵심 기반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금융이 한국 경제 재도약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이 위원장의 기조에 힘을 보탰다.
조 회장은 특히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조 회장은 "자금이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로 쏠리지 않도록 면밀히 관리하고, 서민·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아울러 소비자 보호와 내부 통제 개선을 통해 은행의 신뢰 회복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은행 자본 규제 합리화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각종 현안으로 인해 자금 공급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원팀이라는 생각으로 정책 방향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제도적 뒷받침도 요청했다.
가계부채 추가 규제 가능성···조직 쇄신 의지 강조
이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백브리핑을 열고 금융산업 대전환의 구체적 방향과 은행권의 역할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은행이 단순히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자금을 쏟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자본규제 합리화를 통해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자본규제 개선이 은행의 투자 여력을 넓히는 기초가 된다"며 "우리은행이 앞으로 5년간 약 8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그 효과"라고 소개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오늘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생산적 금융을 뒷받침하려면 단순한 자금 배분이 아니라 기업 신용평가 체계, 인력·조직, 내부 시스템까지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모형을 고도화하고 조직 역량을 갖추는 과정이 병행돼야 실질적인 기업금융 확대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직개편 논란과 관련해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함께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조직개편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며 "금융 내부 시각에 매몰되지 말고 소비자·금융약자 등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야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은행권에 과도한 부담이 지워진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자본규제 합리화로 생긴 여력을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는 시장 친화적 구조로 설계된 것"이라며 "강제가 아니라 은행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부채 증가와 경기 침체로 차주들이 어려움에 처했는데, 배드뱅크를 통해 재기를 돕는 것은 사회의 선순환과 금융권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뱅크는 예정대로 다음달 1일 협약식에서 세부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이 위원장은 금융 행정·감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방향을 재확인하고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필요 시 추가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추가 대출규제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다.
이어 "지방은행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성장펀드 150조원 가운데 60조원을 지역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며 "국민성장펀드가 국가 성장동력 발굴뿐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의 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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