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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속도도 방향도 잃었다···한강 위 교통 실험, 흔들리는 조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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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도 방향도 잃었다···한강 위 교통 실험, 흔들리는 조타수

등록 2025.09.24 16:19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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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버스는 느린 속도, 낮은 정시성, 부족한 접근성 문제 노출

마곡-잠실 구간 소요 시간 약 127분으로 지하철 대비 비효율적

선착장 접근성 부족, 기상에 따른 운항 중단 등 실용성 저하

향후 전망

서울시, 시민 의견 반영해 점진적 개선 약속

출퇴근 수요 분산 등 교통 패러다임 전환 목표

실질적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 여부는 추가 개선과 성과에 달림

한강버스 18일 개통···마곡~잠실 7개 선착장 연결낮은 접근성·긴 운항시간···출퇴근 효율성 확보 과제교통 혼잡 완화 목표 '난관'···체감 효과 제한적

망원 선착장에서 바라본 한강버스. 사진=주현철 기자망원 선착장에서 바라본 한강버스. 사진=주현철 기자

기대했던 '교통혁신'은 없었다. 서울시가 지난 18일 '한강을 새로운 교통축으로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운행을 시작한 수상 대중교통 '한강버스'는 실제 현장에서의 체감과는 상당한 간극을 보였다.

기자가 직접 탑승해본 24일 오전, 서울시가 내세운 '출퇴근용 대체 교통수단'이라는 타이틀은 현실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느린 속도, 낮은 정시성, 부족한 접근성, 그리고 기상 변수에 따른 운항 불확실성까지. 모든 요소들이 한강버스를 '비일상적인 체험'에 머물게 만들고 있었다.

망원 선착장 탑승게이트. 사진= 주현철 기자망원 선착장 탑승게이트. 사진= 주현철 기자

망원 선착장은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한산했다. 하늘은 흐리고 부슬부슬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바닥은 젖어 있었고 선착장 주변을 서성이는 인원은 20여 명 남짓. 대부분이 등산복이나 캐주얼 차림의 시민들이었으며 양복차림의 직장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출근길의 분주함보다는 관광이나 나들이에 나선 듯한 분위기였다. 이곳에 설치된 탑승 게이트에는 교통카드 단말기가 마련돼 있었다. 편도 기준 일반 3000원, 청소년 1800원, 어린이 1100원이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정기권 '기후동행카드'에 월 5000원을 추가하면 한강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실제 이용객 다수는 호기심 차원에서 승선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승선 전 만난 60대 여성 승객은 "출근 시간에 배 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며 "오늘은 한 번 타보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강조한 '출퇴근 수단'으로서의 실효성은 아직 초기 단계에서 검증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전 11시 26분경, 한강버스가 천천히 선착장을 떠났다. 바람은 잔잔했고 물살은 그리 거세지 않았다. 배는 예상 시간에 맞춰 출발했고 승객들은 비교적 여유롭게 좌석에 앉아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처음에는 한강을 따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위에서의 이동이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선착장을 하나하나 들를 때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선착장 정박은 생각보다 잦았다. 각 정박지에서 승하선을 반복하며 대기하는 시간이 누적됐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기자가 경험한 망원-잠실 구간의 전체 소요 시간은 약 100분. 도심 교통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같은 구간을 지하철로 이동하면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 도로 정체나 사고 없이도 이처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교통수단이 출퇴근길 대체 수단으로 정착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접근성'이었다. 한강 선착장은 대부분 강변공원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기자가 탑승한 망원 선착장의 경우 망원역에서 도보로 약 25분 이상 이동해야 했다. 이는 일반 직장인의 출근 루트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출근 시간대엔 5분 지각도 민감한 문제인데 선착장까지 걷는 데만 25분이 소요된다면 한강버스 자체의 매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실제 승객 중 한 명은 "아무리 한강이 좋아도 선착장까지 걷는 게 매일은 무리"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강버스의 가장 큰 변수는 기상 조건이다. 특히 이날 빗줄기가 거세지면서 물살도 거칠어졌다. 수면 위를 달리는 배는 상대적으로 안전해 보였지만 운항 중단 기준인 '팔당댐 방류량 초당 3000톤'을 넘기게 되면 즉시 모든 운행이 중단된다. 갑작스러운 폭우, 장마철, 태풍 같은 상황에선 배가 뜨지 않는 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인 '정시성'이 날씨에 따라 흔들리는 구조는 결국 시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기상 악화 시 시민 안전을 위해 운항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를 대비한 대체 교통수단이나 공지 시스템의 신속성 등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실제로 이용객들은 "비 오면 쓸 수 없는 교통수단이 무슨 출퇴근용이냐"는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한계점에도 서울시는 개선을 위한 시도들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 달 10일부터는 한강버스 운항 횟수를 대폭 늘려 평일 왕복 30회 운행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급행 노선을 신설해 15분 간격으로 배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시민의 이동 편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출퇴근 수요의 일부를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소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배차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속도 개선과 정시성 확보, 선착장과 지상 교통망 간 연계 강화 등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통 전문가 한 명은 "한강버스는 일종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로는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교통 인프라가 되기 위해선 보다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체험에서 느낀 점은 명확했다. 한강 위를 천천히 미끄러지는 수상버스는 분명 새로운 도시 경험을 제공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은 신선했고 도심 속에서 누리는 '여유'라는 감각은 기존 대중교통에선 느끼기 어려운 매력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매일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통수단'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지금의 한강버스는 '관광형'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는 한강버스를 마주한 많은 시민이 가지는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바라는 '출퇴근 교통 패러다임의 전환'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더 냉철한 현실 진단과 세밀한 운영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

서울의 도로 위에서, 지하철 아래에서 넘쳐나는 출퇴근 인파를 한강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은 그 자체로는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행 가능한 교통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벽이 높다. 접근성, 정시성, 날씨, 운항 효율성, 그리고 이용자 만족도까지, 한강버스는 지금도 물 위에서 조타수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 의견을 지속 반영하며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이 실험적인 교통수단이 일시적인 흥미에 그칠지 아니면 서울의 교통 지형을 바꾸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성패는 앞으로의 운행 성적표가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뻔해 보인다.

한강버스 내부 모습. 사진= 주현철 기자한강버스 내부 모습. 사진=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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