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시 12일, 위고비 한 달 처방량 추월한미·프로젠 '더 강력한 비만약' 승부수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출시 후 12일 만에 1만8579건의 DUR 처방 점검 건수를 기록했다. 집계 기간은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다. 이는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직후 위고비가 한 달 동안 기록한 1만1368건을 단기간에 뛰어넘은 수치다.
DUR은 병·의원과 약국에서 처방과 조제 단계마다 의약품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제도다. 환자가 동시에 복용하면 안 되는 약물이나 임신부에게 금기된 약물이 포함되면 경고를 띄워 의료진이 조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비만 치료제는 비급여 품목으로 DUR 통계를 통해 실제 처방 경향을 유추할 수 있다. 위고비는 현재 월간 8만건대의 점검 건수를 유지 중이다.
업계는 마운자로 돌풍의 배경으로 '임상 효능 차이'를 첫 번째로 꼽는다. 마운자로는 GIP와 GLP-1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 작용제로 단일 작용제인 위고비보다 체중 감량 효과가 더 강력하다. 실제 임상에서는 평균 체중감량률이 20%를 넘었고 위고비 대비 6~7%포인트 높은 결과를 보였다. 허리둘레나 내장지방 등 대사 지표 개선 효과도 뚜렷해 의료진과 환자들의 기대를 키웠다.
가격도 영향을 미쳤다. 마운자로의 초기 용량 출고가는 위고비보다 낮았다. 환자 본인 부담이 큰 비급여 시장 특성상 '효능이 더 좋은데 가격도 더 저렴하다'는 인식은 처방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위고비가 마운자로 출시를 앞두고 가격을 일부 조정한 것도 이런 시장 반응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운자로는 미국 시장에서도 위고비를 빠르게 추월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왔다. 지난 1분기부터 이미 비만약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후에도 선두 자리를 유지 중이다. 더 강한 효과를 원하는 환자들이 기존 위고비에서 마운자로로 약물을 바꾸는 '스위칭'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전 세계 임직원의 11.5%에 해당하는 9000명을 해고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다만 마운자로 개발사인 일라이 릴리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회사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약 오포글리프론은 임상 3상에서는 성공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효능을 보이며 2분기 실적 발표 당일 주가가 14% 급락했다. 강력한 주사제 마운자로와 비교해 경구형 후보물질의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쟁이 격화되자 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비만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유럽당뇨병학회(EASD 2025)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장기 지속형 제형과 복합요법 전략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미약품은 EASD 현장에서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을 중심으로 삼중작용제(HM15275), 경구용 치료제(HM101460) 등 총 6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실제 환자들이 겪는 근감소증, 치료 지속성, 복약 편의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고령층이나 운동 기능 저하 환자 등 기존 치료제가 대응하지 못했던 미충족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에서도 영장류 모델을 통해 체중 감소와 함께 근육량 증가, 지방량 감소를 동시에 입증한 데이터를 발표하며 일관된 약효 재현성을 강조했다.
프로젠은 GLP-1·GLP-2 이중작용 신약 후보물질 'PG-102'의 전임상 및 초기 임상 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동물실험에서 이 약물은 체중을 줄이면서도 근육량을 유지했고 내장지방을 선택적으로 감소시켰다. 임상 1c 연구에서는 5주 만에 4.84%의 체중 감소를 보였으며 주 1회 비마그루맙과 병용 투여 시 세마글루타이드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유지하면서 근육 보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보여 기대를 모았다.
디앤디파마텍 파트너사 멧세라는 기술도입 후보물질 'MET-233i'에 대한 데이터를 공개했다. 이 약물은 아밀린 유사체 기반의 장기형 주사제로 월 1회 투여만으로 위약 보정 기준 8.4%의 체중감소율을 보였다. 부작용도 투여 첫 주에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등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경구용 아밀린 유사체 DD07(MET-AMY)을 공개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아밀린은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는 췌장 호르몬으로 식욕 억제와 위 배출 지연 작용을 통해 체중 감소에 기여한다. GLP-1이나 GIP·GLP-1 계열 치료제와 병용할 경우 체중 감소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근육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복합요법 시장성도 크다는 평가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누가 먼저 출시하느냐보다, 얼마나 강력한 효능과 차별화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근손실을 줄이면서 체중 감량 효과를 유지하는 이중·삼중 작용제 개발이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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