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달러론자' 트럼프 측근, 연준 이사행···'환율 전쟁' 우려 커져한국 압박 가능성↑···"무역적자 해소 위한 제한적 약세" 의견도
11일 백악관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연준 이사직에 스티븐 마이런 위원장을 지명했다. 마이런 연준 이사 지명자는 트럼프 1·2기 행정부를 함께 하고 있는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인선은 측근 지명을 통해 제롬 파월 의장을 압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금리 동결과 인하를 두고 계속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이런 지명자 역시 관세 정책의 인플레이션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는 제롬 파월 의장에 대해 "관세 망상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촉구했다.
시장에서는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휘청인 전 세계가 이제는 '환율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런 지명자 인선을 시작으로 통화 정책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제조업 부진을 강달러로 보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런 지명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미국의 무역·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교역국을 대상으로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후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 다자 간 협정 등으로 주요국 통화 가치를 조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무역수지 개선을 이유로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를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국 통화 절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그간 무역수지 불균형과 관련된 환율 문제를 주요 교역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달 진행된 한·미 환율 협상에서도 한국 측에 원화 절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환율보고서에서는 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 장악 우려가 커졌다"며 "이는 9월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이며 달러 약세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연말부터 미국발 환율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조만간 미국은 관세와 방위비를 지렛대 삼아 글로벌 환율 조정 전략을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미 무역 흑자국과 동맹국부터 개별 통화 절상 압력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한국에 추후 원화 절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미국의 통화 절상 압력 강화 시 수출 경쟁국 대비 절상 크기, 속도가 과도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 흐름에 따른 어느 정도의 환율 하락은 거시경제 운영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경쟁국 대비 과도한 환율 하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또한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적인 약달러를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미국 또한 달러 패권이 무너질 수 있는 급격한 달러 약세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달러의 폭력적인 약세가 아닌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정도의 제한적인 약세를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0.5원 내린 1389.1원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은 금주 1360원~1400원 사이에서 움직이는 등 큰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12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에 따라 추후 원·달러 환율의 향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눈치 보기 장세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7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안정될 경우 국내 주가 추가 상승 등이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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