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브랜드, 빅파마 어깨 나란히고강도 의료기기·스킨부스터 수출 급증시장 선도 기업 도약 시도 본격화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은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에서는 '역노화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별도 콘퍼런스가 마련될 정도로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자리에서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회장 등 업계 인사들은 "글로벌 빅파마와 직접 경쟁하는 임상 3상보다는 한국이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항노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항노화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730억달러(한화 약 101조9200억원)에서 2034년까지 1409억4000만달러(한화 약 196조7800억원)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능성 화장품과 의료기기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에서는 보툴리눔톡신 제조업체와 에너지 기반 미용의료기기 기업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의약품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보툴리눔톡신 기업들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이들 기업이 바이오의약품 상위 생산 기업 명단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휴젤은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 17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5% 증가하며 8위에 올랐고 대웅제약은 2127억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1702억원가량은 보툴리눔톡신 제품 '나보타주'로 확인됐다.
휴젤과 대웅제약은 각각 '레티보'와 '나보타'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휴젤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만 1287억원을 수출했으며 현재 약 70개국에 허가를 받아 시장을 넓히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미국에서 '주보(Jeuveau)'라는 브랜드로 출시해 시장 점유율 14%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올해 2분기에도 톡신을 중심으로 한 성장세는 이어졌다. 대웅제약은 영업이익 579억원, 매출 4054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나보타 매출은 698억원, 수출은 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1.5%, 35%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1154억원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휴젤은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휴젤의 2분기 매출을 1158억원, 영업이익은 57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1.4%, 35.6%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은 톡신 부문 매출이 625억원으로, 아시아 태평양 243억원, 북남미 110억원, 유럽 등 기타 지역 37억원에서 고른 수출 성장을 이끌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매출은 235억원으로 추정됐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보툴리눔톡신 수출액은 3억6600만달러(한화 약 5000억원)로 전년 대비 19.2% 증가했으며, 올해는 4억달러(한화 약 5883억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클래시스와 재생바이오 전문 기업 파마리서치도 유럽·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클래시스는 고강도 집속 초음파 HIFU 기기인 '슈링크', 고주파 장비 '볼뉴머' 등을 주력 제품으로 보유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771억원, 영업이익은 388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53%, 46.3% 증가하며 영업이익률 50.3%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68%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볼뉴머는 올해 미용의료기기 최초로 유럽 CE MDR 인증을 획득했고, 지난 6월 유럽 3개국에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로드쇼를 개최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연어 DNA 유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한 '리쥬란'으로 스킨부스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1169억원, 영업이익은 44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6.5%, 67.7% 증가했다. 의료기기 부문 매출이 695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리쥬란이 국내 의료기기 매출의 80%, 해외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리쥬란은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높은 수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등 신규 시장에서도 시장 선점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자사의 PDRN·PN 기술은 항노화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로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도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성장세는 글로벌 항노화 시장의 급속한 확대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자연스러운 미용 시술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신민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쥬란은 구글 글로벌 트렌드에서 역대 최고 검색량을 기록 중"이라며 "유사 경쟁 제품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가 실적에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최근 유럽 로드쇼에서 7~8년 전 한국 시장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유럽에서도 안티에이징 인식과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 진출 적기"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