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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주 APEC, 조조·유비·손권이 뛴다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홍은호 칼럼

경주 APEC, 조조·유비·손권이 뛴다

등록 2025.07.23 14:31

홍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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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2025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이 행사는 단순한 외교 무대가 아닌, 대한민국이 글로벌 리더로서 존재감을 증명할 기회의 장이다. 국제적 관심이 높은 행사이다 보니 성공개최를 위한 민관 리더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APEC 성공 개최에 선봉에 서 있는 인물은 김민석 국무총리다. 대한민국 행정수반 2인자인 김 총리는 APEC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상화를 세계에 알리고, 국격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재계에서는 두명의 인물이 눈에 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다. 이 세 명의 리더는 각기 다른 자리에서 APEC 성공 개최를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주 APEC를 준비하는 이들의 전략적 행보는 중국 역사서 삼국지연의의 속 영웅호걸이 펼치는 장대한 서사시와 닮아있다.

조조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빠른 판단과 실행으로 난세의 혼란을 제압한 인물이다. 그는 "천하에 인재만 있으면 누구든 쓸 수 있다"는 합리성과 실용적인 사고를 중시했다. 자신의 사상과 다소 어긋나더라도 필요한 경우 기존의 질서를 과감히 파괴하는 결단력을 발휘하곤 했다. 김 총리 역시 강력한 추진력을 통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총리가 '초속도·초소통·초성과의 정부'를 강조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민심과 행정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수시로 현장을 찾으며 소통에 집중하는 모습은 조조가 시시각각 변하는 전장 속에서 민심을 얻고 인재를 결집시켜 위나라의 틀을 다진 방식과 흡사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추진력, 중심을 놓지 않는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 김 총리는 지금 대한민국이 가장 필요한 현실주의 전략가에 가깝다.

유비는 덕과 신뢰, 인재 중심의 조직 운영으로 혼란의 시대를 관통한 인물이다. 비록 많은 싸움에서 패배를 겪었지만 그의 인덕으로 인해 수많은 인재들이 모였고, 결국 촉한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유비의 이런 모습은 최태원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최 회장은 한국 제조업의 위기를 '전략의 부재'로 진단하고 공동체적 복원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희망은 AI에 있다"면서 기술과 교육 투자를 통해 산업 전반에 새 전략을 심어야 한다고 주창한다. 한국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을 뛰어넘기 위해 혁신과 협력을 통해 민간과 정부, 세대와 산업을 연결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유비가 제갈량·관우·장비 등 다양한 성향의 인재를 하나로 엮으며 위기를 극복했던 통합력과 궤를 같이한다.

손권은 조조와 유비 사이에서 독자적인 세력 기반을 키우며 강동 지역의 패권을 거머쥔 조정형 리더로, 균형잡힌 전략에 통달한 인물이다. 손권의 전략적 행보를 통해 투영되는 인물은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현상 부회장이다. 조 부회장은 전통적 제조업 기반의 효성을 미래 성장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며 수소경제·첨단소재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를 자발적으로 납부하고 경영권을 단단히 안정시키는 행보, 해외 정상들과의 사전 협의 등을 통해 민간 외교의 일익을 맡고 있는 모습은 손권의 유화적이고 분산된 리더십을 떠올리게 한다. 실리와 명분 사이의 무게추를 정교하게 조절하면서도 자신만의 영역과 철학은 끝까지 지켜내는 균형감각은 조 부회장만의 리더십이자 APEC과 같은 외교 무대에서 강한 설득력을 지닌 자산이다.

이 3인은 다른 색깔로 APEC 성공 개최를 위해 뛰고 있지만 '위기를 넘어 기회를 만든다'는 지향점은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조조와 같은 김민석 총리의 결단력과 추진력, 유비의 덕성과 연대력를 지닌 최태원 회장, 손권의 균형과 현실감각을 쏙 빼닮은 조현상 부회장의 APEC를 위한 행보는 대한민국이 단일 조직이 아닌 유기체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하는 동력이다. 한민족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경주에서 열리는 이번 APEC은 의미가 남다르다. 민관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분산된 주체들이 하나의 전략을 통해 지난 겨울 계엄사태로 추락한 국격을 다시 세우는 중요한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현실을 볼 줄 아는 눈, 사람을 잇는 길, 균형을 잡는 마음이 국가의 힘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천하삼분 시대나 지금이나 같다. 조조, 유비, 손권이 그러했듯이 지금 이들과 함께하는 100일은 우리가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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