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양자컴퓨팅ETF···수익률 상위권 싹쓸이

리게티 발표로 양자컴퓨팅 테마 다시 활기

구성종목 집중에 따른 수익 변동성은 주의

양자컴퓨팅 기술 상용화 기대감이 확대되며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초 양자컴퓨팅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일제히 관련 ETF를 출시했는데, 해당 테마 열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려드는 중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주(15~21일)간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은 15.49% 올라 레버리지를 제외한 전체 ETF 중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PLUS 미국양자컴퓨팅TOP10(11.36%), KIWOOM 미국양자컴퓨팅(10.43%), KoAct 글로벌양자컴퓨팅액티브(10.14%)도 4위와 5위,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해당 ETF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양자컴퓨팅 기업을 집중적으로 담은 상품이다. KB·신한·한화·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 4곳은 양자컴퓨팅 ETF를 지난 3월 한꺼번에 출시했다. 키움자산운용이 작년 말 처음으로 양자컴퓨팅 ETF를 출시한 후 설정액이 두 달 만에 20배 급증하자, 다른 운용사들도 경쟁적으로 상품을 내놓은 결과다.

최근 양자컴퓨팅 ETF 수익률 성적이 좋았던 건 대장주로 꼽히는 리게티 컴퓨팅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양자컴퓨팅 개발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하며 급등한 영향이다. 리게티의 발표는 현재까지 가장 큰 모듈형 양자컴퓨터를 성공적으로 제작하고, 오류율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양자컴퓨팅 사업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이날 리게티는 전일 대비 30.18% 폭등한 16.56달러(약 2만2925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에서 양자컴퓨팅 테마는 지난해 말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연산 능력을 갖춰 막대한 계산량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히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5'에 양자컴퓨팅 부문이 신설됐다는 소식에 미국은 물론 국내 증시에 상장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올해 1월 양자컴퓨터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요구될 것이라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으로 급락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 뒤 주요 양자컴퓨팅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따라 다시 상승 랠리가 나타나기도 했다. 디웨이브는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고, 순손실 규모도 전년 동기(1730만달러)보다 크게 개선된 540만달러라고 밝혔다. 아이온큐 역시 1분기 매출액이 760만달러로 시장 전망(750만달러)을 웃돌고, 순손실은 전년보다 줄었다. 당시 두 회사의 주가는 각각 140%, 30%씩 급등했다.

그러나 양자 기술의 상용화 시점은 아직 불확실한 만큼 실적과 투자 유치 등에 따라 주가 등락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할수록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익률이 가장 뛰어난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 ETF 편입 종목을 살펴보면 알파벳,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아이온큐 등으로, 상위 4개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ETF는 특정 테마가 주목받을 때 투자자 수요를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테마가 식거나 실적이 증명되지 않을 경우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선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