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2차 집회 진행···카카오 노조도 연대"IT 업계, 경영 어려워···노사 간 이견 차이 커""대표 기업들, 노조 분위기 형성···업계도 성숙"
업계에서는 IT 산업 자체가 이전보다 경영 상황이 악화돼 노사 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해지자 직원들도 들고 일어난 것으로 보고,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분석한다.
집회부터 파업까지···바람 잘 날 없는 '판교'
1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전날 네이버 본사 1784에서 최인혁 전 COO(최고운영책임자) 복귀를 반대하는 2차 집회를 진행했다. 조합원 250여명이 참여한 이번 집회는 최 전 COO 복귀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측인 네이버가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방안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달 27일에도 최 전 COO의 복귀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조합원 약 5800명 중 5701명이 복귀 반대에 투표하는 등 극렬히 반발하고 나섰다. 최 전 COO는 2021년 5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네이버 노조는 사측이 무응답으로 일관할 시 오는 7월 3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또 다른 판교 내 대표 IT 기업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와 노조 '크루유니언'도 같은 날 2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 창립 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날 파업은 네이버 노조 집회에 카카오 노조 조합원 약 100명이 연대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는 올해 초부터 임금 교섭·단체협약(임단협)을 진행했으나 지난 3월 협의를 중단했다. 이후 진행된 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합의하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았다. 이에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적으로 파업에 나섰다. 향후 카카오 노조는 오는 18일 4시간 부분파업과 함께 12시 대규모 집회를, 25일에는 하루 전면파업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조정회의가 최종 불성립한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노조 '행동주의'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예고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노사와 마찬가지로 임금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컴은 평균 임금 4.3% 인상률과 성과 기반 인센티브 체계 병행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7.3% 인상률과 간극이 컸다.
넥슨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네오플' 역시 지난 10일부터 본사가 위치한 제주에서 야근 거부와 집회에 돌입했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중국 흥행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인 1조3783억원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 인력에 대한 성과급이 기존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고 반발했다.
네오플 노조 조합원들은 이틀간 오후 6시에 전원 퇴근 후 집회를 진행하며, 이후에는 조기 출근과 오후 7시 이후 근무, 주말 근로 등도 거부한다. 오는 18일부터는 서울지사에 근무하는 조합원들도 집회와 함께 준법투쟁에 합류한다.
경기 불황·업계 성숙도 ↑···노조 활동 지속될 것
IT 업계의 활발해진 노조 활동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 불황에 어려워진 경영 상황과 성숙해진 업계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IT 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인건비가 높아 불경기인 현재 회사와의 임금 인상 등과 관련한 의견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IT 업계 경영이 어려워진 이유가 크다"면서 "회사 측은 경쟁, 생존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데 인건비가 워낙 높다 보니 노동자들과 이견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노동자들 측면에서는 높아지는 업무 강도 등 여러 측면에서 그에 맞는 대우를 받지 못해 (노조 활동) 일어나는 것"이라며 "1~2년 내 업계가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보이진 않아 당분간은 이러한 유사 사례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노동 환경이 열악한 제조업 등과 달리 IT 업계는 비교적 업력이 짧고, 노동자들 연령대가 젊은 축에 속해 집단행동에 익숙하지 않아 이전에는 노조 활동이 적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시점에서 IT 업계의 대표 격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앞장서 목소리를 내주니 업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업력이 점차 길어지면서 업계 성숙도가 쌓였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구심점이 큰 회사들이 움직여주고, 목소리를 내니 (노조) 분위기가 더 조성되는 것"이라며 "업계에 젊은 직원들이 많다는 것 역시 해석마다 다르겠지만, 최근에는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주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부분도 한몫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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