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및 정책 설계의 중요성 부각대형마트 의무휴업 논쟁, 소비자 불편 우려시장 복합성 고려한 실행력 확보가 관건

정책 방향 자체는 반갑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오랜 숙원이었던 '단체 협상권 보장'을 골자로 한다. 점주-본사 간 비대칭 거래를 법적으로 바로잡겠다는 시도는 자영업자 보호를 넘어 유통 전반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형식만 그럴듯한 '상생협약'이 아니라 실질적 권한이 주어지는 제도적 기반이 만들어진다면, 업계 판도는 분명히 달라진다.
지원책 역시 명확하다. T커머스 신설, 중소유통 디지털 전환, 지역 상권 연결망 강화 등은 그동안 대형 유통사에 갇혀 있던 산업 구조를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낙후된 전통 유통망에 기술과 투자를 집어넣는다면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여지도 충분하다. 방향은 옳다. 문제는 속도보다 설계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여전히 '규제'다. 특히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안은 대표적인 정책 미스다. 대형마트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맞벌이·중산층 가구를 정면으로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실제 전통시장으로 수요가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유통 판도는 이미 온라인 중심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이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대결 구도는 무의미하다. 시장은 '온라인 vs 오프라인'이라는 전혀 다른 전장에 서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올해 4월 기준 3.1% 감소했고 구매 건수도 5%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유통 비중은 5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는 이미 판단을 내렸다. 정부가 오프라인 소비를 인위적으로 막는 순간, 수요는 자연스럽게 디지털로 이동할 뿐이다. 결과는 '소비자 불편'과 '오프라인 붕괴'라는 이중 참사다.
정책은 선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유통산업은 단순히 본사와 점주의 갑을 구조로 환원될 수 없다. 수백만 종사자와 납품업체, 소비자, 플랫폼까지 얽힌 복잡한 생태계다. 이처럼 복합적인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규제는 설득이 아니라 강제다. 그리고 시장은 그런 강제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무리 방향이 옳더라도 현장의 수용성과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개혁은 실패한다. 결국 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건 '의도'가 아니라 설계다.
이재명 정부의 유통개혁은 시장에 중요한 시그널이다. 공정과 성장의 교차점을 설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출발이 된다. 필요한 건 강한 메시지가 아니라 정밀한 조율이다. 그리고 지금, 그 설계도가 막 펼쳐지고 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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