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사에서 '즉각 관세 부과' 빠지자 환율 '급락'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일부 완화되고 기준금리도 동결"아직 안심할 단계 아냐"···트럼프 입·국내 탄핵정국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며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권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 우선주의'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셈이다.
다만 예상과 달리 취임사에서 '즉각적인 관세 부과'가 빠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7원 내린 1437.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개장가는 지난해 12월 18일(1439원)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4분기부터 급등한 원·달러 환율은 현재 1450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의 경기 호조와 트럼프 당선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정국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달 27일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방향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고수위 발언 등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집행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1월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에서 환율 상승을 경계한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역전 폭도 축소됐다"며 "대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정점을 통과해 이에 따른 추가적인 원화 약세는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상승을 촉발한 국내 요인이 부분적으로 되돌려졌다는 얘기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환율의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이번 취임사에서는 강조되지 않았지만 언제라도 고관세, 확장 재정, 반이민정책 등 자국우선주의 관련 정책이 발표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추진정책인 고관세는 국내 물가 상승과 수출 감소를 유발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으로 자금 쏠림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연간 전망 당시에 비해 원·달러 환율 레벨이 100원 이상 올라 전망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은 평균 1420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보다 국내 정치적 리스크가 환율 변동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트럼프 취임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은 이미 시장에 선반영됐고, 관세 정책의 실질적인 시행도 더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역풍은 이미 반영됐고, 향후 환율의 움직임에는 탄핵정국이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현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에서는 방위비, 관세 등 미국과의 협상이 어렵기 때문에 정치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정국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1420원대로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지만 그 사이에 국내에서 다른 악재가 발생한다면 15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장기적으로는 트럼프 효과로 환율이 상승할 수 있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내에서 어떤 정치적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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