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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싸우고 화해하고 피하고'···문제는 결국 '세금'

산업 재계 상속세 포비아

'싸우고 화해하고 피하고'···문제는 결국 '세금'

등록 2024.07.18 07:57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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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家 차남 '재단 설립' 깜짝 발표 놓고 설왕설래 상속세 부담에 매각 고려한 한미그룹 사례 재조명 "韓 세율, 세계 최고 수준···재정비 시급" 목소리↑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재계가 잊을만하면 재점화하는 기업 오너일가의 '골육상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상속세'다.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둘러싼 입장차가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인데,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던 '집안일'이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하면서 갈 길 바쁜 기업을 짓누르고 있다.

몇 년 만에 형제가 장외 설전을 벌이면서 주목 받은 효성그룹에서도 어김없이 상속세 얘기가 나왔다. '형제의 난'으로 그룹과 결별한 조현문 전 부사장이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산으로 공익 재단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유족이 짊어진 수천억원대 부담이 조명되면서다.

상속·증여세법에선 상속인이 공동상속인의 동의를 얻은 뒤 물려받은 재산을 공익법인에 출연하면 세금을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조현문 전 부사장이 이를 염두에 두고 명분을 만든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곧바로 반박했다. 재단 설립은 어디까지나 상속재산의 사회적 환원이란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특히 가족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세금을 내고 남은 재산을 재단에 투입하겠다며 자신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재계에선 효성 오너가(家)의 이번 공방이 결국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진단한다. 조현준 회장을 비롯한 유족은 명예회장이 별세한 지 6개월째가 되는 9월 말까지 상속세 납부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를 고민하다보니 신경전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효성티앤씨 39만2581주 ▲효성중공업 98만3730주 ▲효성화학 23만8707주 ▲효성첨단소재 46만2229주 ▲효성 213만5823주 등을 남겼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토대로 유족이 내야하는 상속세가 4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왼쪽)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임시로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왼쪽)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임시로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상속세 부담을 떠안은 곳은 효성뿐이 아니다. 선대 회장의 별세로 세대교체기에 직면한 모든 기업에서 공통적으로 포착되는 고민거리라고 할 수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선언하며 가까스로 갈등을 봉합한 한미그룹 역시 한동안 상속세 문제로 시달렸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도출한 OCI그룹과의 통합 시나리오가 가족 간 다툼으로 확산되면서다.

2020년 타계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가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주현·종훈 삼남매에게 남긴 1조원대 주식 그리고 여기에 붙은 5400억원의 상속세가 화근이었다. 당초 송영숙 회장은 은행·증권사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세금을 일부 납부했는데, 고금리 기조로 이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자 끝내 매각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임종윤·종훈 형제가 반기를 들면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반복하고 소액주주까지 소환하는 대대적인 분쟁으로 이어졌다.

LG그룹의 상속세 공방도 현재진행형이다. 구광모 회장 등 오너일가는 과세 당국을 상대로 낸 상속세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이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고 2심을 준비하고 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비상장주식 가치 산정 방식이다. LG 일가는 선대 회장의 유산 중 LG CNS 지분 1.12%의 가치가 부풀려져 세금이 높게 책정됐다며 일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 등 총 2조원대 재산을 남겼는데, 이에 대해선 약 99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된 상태다.

당초 용산세무서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형성된 시가를 기준으로 LG CNS의 가치를 매겼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은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중간값을 시가로 보기 때문에 이러한 판단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구 회장 측 논리다.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갈등은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 명목세율(50%)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18개국 평균 26.5%)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지만, 일부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경우 지분 상속 시 최대주주 할증 평가제가 적용돼 최고세율이 60%까지 상승해서다.

이러다보니 재계에선 기업의 '밸류업'을 실현하려면 상속세 규제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직계가족의 사망으로 부가 불가피하게 이전되는' 상속의 본질에 주목하고 소득세와의 이중과세 성격 등을 고려해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연초 공개한 보고서에서 원활한 가업 승계와 수출 장수기업 확대를 위해 상속세율을 OECD 회원국의 평균치인 26.5% 정도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상현 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CEO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장수기업의 소멸 비중 상승 등 기업의 영속성을 제한하는 여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과도한 상속세율과 까다로운 가업 상속 지원 제도 요건이 가업 승계를 저해한다"면서 "우리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글로벌 기업과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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