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을 처음 본 건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였다.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세가 넘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몇 시간 동안 쉼 없이 주주들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리더십'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바이오제약업계의 화두는 '책임경영'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 투자 심리 위축 기조 등이 장기화되면서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신약 개발 등 바이오제약 기업의 주력 사업들은 불확실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오너들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서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후 셀트리온은 파죽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매출은 회사의 실적을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고, 파이프라인 확대에도 가속도가 붙는 중이다. 서 회장은 주주총회, 기자간담회 등에서 언급했던 대로 직접 해외에 나가 바이오시밀러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 신약 개발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데, 최근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제품명)가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으며 첫발을 뗐다.
주총에서 약속한 그룹사 합병도 무난히 진행되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10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안건을 결의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어떤 허들이 있어도 뚫고 가겠다"고 말하며 합병 의지를 피력했다. 당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변수로 남았었는데, 서 회장은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해 불확실성을 끊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서 회장의 리더십은 간단명료하다. '뱉은 말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다. 여전히 셀트리온과 서 회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고 불신도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그의 면모는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바이오제약 업계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경영진 배임 및 횡령, 주가 조작 의혹 등의 이슈가 누적되면서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상장사, 비상장사 할 것 없이 임상 중단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고사 위기에 처한 기업들도 늘고 있다.
투자 업계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신뢰도 회복에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실적이나 신약개발 성과 정도인데 사실 바이오기업들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투명하고 진솔한 모습은 보여줄 수 있다. 회사와 파이프라인을 책임지겠다는 마인드로 신뢰를 쌓아가길 바란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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