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적금도 게임처럼, 저축도 AI로"···은행권 이색 적금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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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도 게임처럼, 저축도 AI로"···은행권 이색 적금 열전

등록 2026.10.18 09:44

김다정

  기자

카카오뱅크 'AI 목표적금'·토스뱅크 '31일적금' 눈길금리보다 재미·편의성···은행권 저축상품 경쟁 변화

그래픽=박혜수 기자(제미나이 활용)그래픽=박혜수 기자(제미나이 활용)

적금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고객을 끌어모으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이 저축 계획을 세워주고, 게임을 즐기는 동안 돈이 쌓이는 이색 상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금융권 최초로 AI 코칭 기능을 저축상품에 적용한 'AI 목표적금'을 출시했다. 고객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면 AI가 필요한 저축금액과 납입 기간을 추천하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저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조언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고객이 '1년 뒤 유럽여행'을 목표로 설정하면 AI가 예상 비용을 바탕으로 매월 얼마씩 저축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1년 동안 720만원을 모으려면 매달 60만원씩 납입하도록 안내하는 식이다.

적금에 가입한 이후에도 고객의 저축 진행 상황을 분석해 추가 납입이 필요한 시점이나 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여유 자금이 생겼을 때 추가 저축을 권유하고, 정해진 기간에 납입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저축을 독려하는 알림을 보내는 방식이다.

기존 적금이 고객이 직접 저축 계획을 세우고 정해진 금액을 납입하는 구조였다면, AI 목표적금은 은행이 목표 설정부터 달성까지 저축 과정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AI의 조언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고객은 '친절한 페이스메이커', '냉철한 팩폭 트레이너', '솔직한 반말 찐친' 중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해 저축과 관련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죠르디'를 활용해 목표 달성률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저축에 재미를 접목하려는 은행권의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숨겨진 젤리를 찾으면 2∼100원의 무작위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게임 저금통'을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하루 만에 10만 계좌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8월에는 '키워봐요 31일적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31일 동안 매일 소액을 저축하며 가상의 다람쥐 캐릭터를 키우는 방식이다. 고객이 하루 1원부터 최대 5000원까지 돈을 넣으면 저축 횟수에 따라 캐릭터가 성장하고, 매일 주어지는 미션에서 어떤 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다.

저축을 하루하루 이어갈수록 금리도 높아진다. 기본금리는 연 1%이며, 31일 동안 매일 저축에 성공하면 최고 연 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하루 최대 납입액이 5000원으로 제한돼 있어 높은 이자 수익보다는 매일 저축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상품이다.

소비자 반응도 눈에 띈다. 전체 이용 고객의 약 67%가 3주 이상 꾸준히 저축했고, 고객 3명 중 1명은 31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저축을 이어갔다. 출시 초기인 8월 13일 이후 일간 저축 고객 수도 매일 10만명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적금은 가입 이후 자동이체를 설정해두면 고객이 별도로 신경 쓸 일이 많지 않지만, 키워봐요 31일적금은 매일 고객이 직접 앱에 접속해 저축해야 한다. 매일 돈을 넣는 행동에 캐릭터 성장과 보상을 결합해 고객의 참여를 끌어낸 셈이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단순히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금융상품에서 벗어나 저축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모습이다. 과거 적금 경쟁이 금리와 우대조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고객이 얼마나 쉽고 재미있게 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느냐가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에는 고객과의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구축하려는 은행들의 전략이 깔려 있다. 저축 과정에 게임이나 AI 등 다양한 기능을 접목하면 고객의 꾸준한 납입을 유도하는 동시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방문과 이용 빈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금은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도 가입할 수 있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상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적금 가입을 계기로 입출금통장과 카드, 대출 등 다른 금융서비스로 거래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당장의 수신 확대뿐 아니라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AI와 금융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저축상품의 형태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의 소비 패턴과 금융생활에 맞춰 저축을 돕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높은 금리뿐 아니라 고객이 저축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상품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와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해 저축에 대한 고객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려는 시도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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