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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자꾸 밀리는 레벨3 상용화···로보택시도 '산 넘어 산'

산업 자동차 멀어지는 자율주행의 꿈①

자꾸 밀리는 레벨3 상용화···로보택시도 '산 넘어 산'

등록 2023.05.23 11:02

박경보

  기자

현대차 제네시스 G90·기아 EV9 'HDP' 적용 지연GM 자회사 크루즈도 하루에 500만 달러 펑펑복잡한 시스템 탓 고비용···소비자 수용력 '뚝뚝'

자율주행 레벨3(3단계)의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완전 자율주행'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 개발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소요되는 데다 잦은 사고 탓에 소비자들의 수용력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율주행기술의 주요 수익모델인 '로보택시' 역시 수익성에 물음표가 달리면서 개발리스크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지난 3월 출시된 2023 제네시스 G90에 레벨3 자율주행기술인 'HDP(Highway Driving Pilot)'가 적용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1년 전 열린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연말까지 제네시스 G90에 HDP를 탑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용화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자율주행 레벨3의 작동속도를 기존 60km/h에서 80km/h로 높이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반복주행 검증과 개발 일정이 필요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전계약이 진행 중인 기아 EV9도 HDP 적용이 뒤로 밀린 상태다. 기아는 일단 레벨2 수준의 일반모델을 먼저 고객에게 인도한 뒤 기술이 안정화 되는대로 HDP 사양이 적용된 EV9을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8월로 예정됐던 국내 '로보라이드' 서비스도 잠정 연기했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를 취득한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지역에서 자율주행 카헤일링(차량호출) 서비스인 로보라이드를 처음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을 중심으로 로보라이드에 대한 초기 시범 서비스를 운영한 뒤 일반 고객까지 서비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토부가 여객운송 허가에 대한 기준을 공고하면서 사업 개시 시점을 재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0∼5단계로 구분된다. 현재 대부분의 양산차들은 고속도로 주행 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경고음이 울리는 레벨2 단계다. 반면 레벨3는 차량이 고속도로에서 스스로 주행하고 비상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수준이며, 레벨4는 주행환경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단계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 일대 도로에서 자율주행 4단계 기술을 적용한 아이오닉5가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자율주행 기술이 더디게 개발되고 있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전기차 기반의 자율주행차 출시일을 2025년에서 2026년으로 미뤘고, 레벨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했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자율주행 레벨3는 현대차그룹은 물론 테슬라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 최초로 미국에서 레벨3 자율주행을 승인받았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60km에 불과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최고속도를 130km/h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포드‧폭스바겐 자율주행 회사 청산···구글도 직원 감축
또 미국 포드와 독일 폭스바겐도 지난해 10월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아고르 AI를 청산했다. 미국의 차량공유업체인 우버는 2020년 12월 자율주행 사업부(ATG)를 오로라에 매각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사업부 '웨이모'도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약 8%의 직원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는 건 관련 기술이 워낙 복잡한 데다 안전성 확보, 개별 시스템 구성 등에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략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35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선 약 59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가 늦어지고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업계 전반의 지형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는 현재까지 개발된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식‧판단‧제어 과정에서 오류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복잡한 시스템 특성상 사고 발생 시 시스템·제조사·통신 등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상용화의 큰 걸림돌이다.

앞서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M의 자율주행 관련 자회사 크루즈의 로보택시와 승용차가 충돌해 두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크루즈의 로보택시는 올해 3월에도 버스와 충돌사고를 내면서 소프트웨어 리콜 대상이 됐다.

특히 현대차그룹과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기업인 앱티브의 합작으로 설립된 '모셔널'은 매년 수천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 2020년 신설된 모셔널은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올해까지 뚜렷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셔널은 지난해 7517억원, 2021년 516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설립 첫 해인 2020년에도 225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규모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투자한 2조4000억원(앱티브 제외) 가운데 62.5%(1조5000억원)를 3년 만에 소진했단 얘기다.

현대차그룹과 모셔널이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로보택시. 루프와 범퍼, 좌우 펜더 등에 라이다와 카메라, 레이더 등 수십 개의 자율주행 센서가 장착돼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전문가 "자율주행 시대 아직 멀었다"···비용절감‧소비자 인식 개선 시급
정구민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GM의 자율주행기술 관련 자회사인 크루즈가 하루에 500만달러(약 66억원)씩 쓰고 있다고 한다"며 "시장에선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아직 멀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자율주행 기술은 기술장벽이 높고 관련 법과 제도가 미비한 탓에 전 세계적으로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며 "자동차 문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테슬라 등 자율주행 사고가 수차례 이어지면


서 소비자들의 (기술에 대한)수용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비율은 2022년 55%에서 올해 68%로 13%p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뢰비율은 30%에서 23%로 감소했다. 레벨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신기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시장이 확대되기 어렵다.

이 원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라이다 센서 등 자율주행 관련 부품의 공급망이 열악하고, 소프트웨어 기술력도 걸음마 수준"이라며 "수년 전엔 2035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최근엔 자율주행보다 전기차 쪽에만 이슈가 몰려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기술이 업계의 수익 창출로 이어지려면 공급망 효율화, 규모의 경제효과 유발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고도의 자율주행기술에 기반한 교통 서비스는 사회적 변화를 이끌 잠재성이 높은 만큼, 사회적 차원의 지원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현주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산업은 기술개발 외에도 비용 현실화와 명확한 사회적 가치 제시가 요구되고 있다"며 "주요 업체들은 자율주행 차량의 플랫폼화 등을 통해 부품 공용화율을 높이고, 다른 이동 수단과의 연계 등 모빌리티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 증대 가능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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