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때 효자' 증권계 저축은행, 지금은 등골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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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효자' 증권계 저축은행, 지금은 등골 브레이커?

등록 2023.04.03 18:04

안윤해

  기자

증권사 실적 악화에도 배당금으로 저축은행 증자모회사 이익 공백 만회하던 효자 자회사는 옛말로"자본확충 더 필요할 수도" 지적···증권사들 '한숨'

'한때 효자' 증권계 저축은행, 지금은 등골 브레이커? 기사의 사진

지난해 증권사의 이익 공백을 채워주며 효자 노릇을 한 계열 저축은행이 모기업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소위 '등골 브레이커'로 전락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가 사상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둔 일부 증권사들이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3월 23일 정기주주총회에서 한국투자저축은행에 대해 42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지난 3월 30일 납입을 완료했다. 또 4400억원 규모의 한국투자캐피탈 유상증자까지 참여하면서 자기자본의 10%가 넘는 금액을 투입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6개월간 무려 4700억원의 돈을 한국투자저축은행에 쏟아부었다.

이번 한국투자저축은행에 대한 유상증자는 낮아진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을 제고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BIS 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핵심 지표로, 높을 수록 건전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BIS 비율은 9.77%로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에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작년 12월 말 기준 BIS 비율을 10.9%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여전히 전국 저축은행 평균비율(12.9%)을 밑돌고 있으며, 유동성 비율도 전체평균(177.3%)보다 낮은 167.3%를 유지하고 있다.

당초 한국투자저축은행은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라 PF 대출 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렸으나,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PF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불어났다. 작년 3분기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9358억원으로 총 여신 대비 13.18% 기록했다.

문제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부은 돈의 출처다. 지난해 증시 침체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나왔다는 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4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5.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60.8% 줄어들었다.

다만 이번 유상증자 대금은 한국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수취하는 배당금 수익으로 전액 충당될 예정이며 한국투자증권은 약 8600억원(한국투자캐피탈 4400억원+한국투자저축은행 4200억원)에 달하는 배당 유출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은 자산건전성이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우발부채 규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브릿지론 등 사업초기단계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관련 자산 건전성 저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앞서 저축은행을 보유한 증권사들은 지원 여력이 부족함에도 일찌감치 자금수혈에 나선 바 있다. SK증권은 지난해 엠에스상호저축은행(이하 MS저축은행)의 18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이로써 MS저축은행은 BIS 비율을 9.67%에서 13.9%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다만 SK증권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저하가 이어지면서, MS저축은행에 대한 지원이 순자본비율(NCR) 및 조정 영업용순자본비율 지표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대신증권도 지난해 어려운 업황 속에서 대신저축은행에 대해 상·하반기 4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바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올해 저축은행은 증권업과 더불어 신용위험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이라며 "특히 한국투자저축은행과 대신저축은행 등 일부 저축은행은 BIS 권고수치인 11%를 하회하고 있는 만큼, 모기업으로부터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PF 브릿지론 노출도가 가장 높은 상황에서 자본적정성 추이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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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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