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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OCI 신성장동력 '태양광→화학'···인적분할 카드 먹힐까

산업 에너지·화학

OCI 신성장동력 '태양광→화학'···인적분할 카드 먹힐까

등록 2023.03.10 07:35

김다정

  기자

오는 22일 정기주총서 안건 상정···통과시 5월1일 분리화학 가치 높여 주주이익 극대화···배터리소재 등 육성소액주주 반대 "오너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려는 의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태양광 날개를 단 OCI가 '인적분할'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우현OCI 부회장의 '승부수'가 소액주주 반대를 뛰어넘고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OCI는 오는 22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본사 사옥에서 열리는 제4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화학사업 분리를 담은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을 상정·의결한다.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오는 5월 1일에 OCI는 존속법인인 지주회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된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른 조치로, 각 사업별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경영리스크를 최소화겠다는 의도다. 특히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품에 가려져 저평가된 화학부문의 가치를 높여 주주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태양광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OCI는 지난해 석유화학업계 '실적 쇼크' 속에서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2022년 연결기준 매출 4조6713억원, 영업이익 9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4%, 56.6% 증가했다.

OCI의 사업부문은 크게 △베이직케미칼 △카본케미칼 △에너지솔루션 △도시개발 △기타로 나뉜다. 이중 베이직케미칼 부문은 지난해 1조9685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44%에 기록할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볼 정도로 성장한 OCI는 주력인 태양광 사업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자 '인적분할' 승부수를 던졌다. 과거 태양광에 치중된 사업구조 탓에 장기간 적자의 늪에 빠졌던 것을 교훈삼아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신설법인으로 분할되는 사업은 베이직케미컬과 카본케미컬이다. 베이직케미컬 중 태양광 관련 현금창출력이 가장 우수한 말레이시아 자회사(OCI MSB)는 OCI홀딩스에 남는다. 지주사에 태양광 사업을 몰아주고 신설 사업회사에서 차세대 신성장동력 확보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OCI 신성장동력 '태양광→화학'···인적분할 카드 먹힐까 기사의 사진

OCI의 신성장동력에 힘을 실어줄 사업으로는 반도체와 배터리소재 사업이 꼽힌다. OCI 관계자는 "화학 사업에서 가지고 있는 반도체·2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소재를 위주로 품목을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OCI는 신설법인에서 기존 베이직케미칼 분야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고순도 과산화수소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란(silane)계 신규 제품도 추가할 예정이다. 실란은 반도체·LCD 등의 제조공정에서 실리콘 증착에 사용되는 소재 중 하나다. 여기에 실란이 이차전지의 미래 소재로 평가받는 실리콘음극재 생산에도 쓰이는 만큼 향후 이차전지 소재 사업 확대도 모색할 수 있다.

OCI는 포스코케미칼과 세운 합작법인 피앤오케미칼을 통해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고연화점 피치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월 충남 공주공장을 착공한 상태로, 올해 7월 준공될 경우 피앤오케미칼은 연 1만5000톤 규모의 고연화점 피치를 생산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OCI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석유화학, 카본소재 사업은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사업 분할 후 상장하면 숨겨진 가치(Hidden Value)가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CI가 제시한 인적분할 후 '핑크빛' 전망과는 다르게 이를 바라보는 소액주주들의 시각은 냉소적이다. "인적분할이 오너의 지배력 강화에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당초 자사주가 없던 OCI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자사주 30만주를 매입했다. 이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자사주를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우현 부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수영 회장이 2017년 말 타계한 이후 경영권을 이어받았으나, 현재 OCI 보유 지분율은 5.04%에 불과했다. 이 부회장은 숙부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5.43%)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5.40%)에 이은 3대주주다.

이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OCI 보유주식을 OCI홀딩스에 현물로 출자하고 그 대가로 OCI홀딩스 신주를 배정받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주총 이후 이우현 부회장이 회장에 오를 가능성도 재계 안팎에서 거론된다.

인적분할은 물적분할과 비교했을 때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어서, 모기업이 신설회사 지분 100%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최근 기업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는 물적분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인적분할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34%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올해 2월 기준으로 OCI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2.23%에 그친다.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제동을 건다면 지주사 추진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6%였던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최근 무산된 만큼 OCI도 만만찮은 험로가 예상된다. 이미 소액주주들은 즉각 반발하면서 집단행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자사주 보유 목적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나아가 지주회사 전환이 지배구조 개선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사주를 활요한 편법적 지배력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주주총회 전까지 자사주를 모두 소각한 후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OCI도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제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잉여 현금 흐름의 30%를 현금 배당하고, 지주사 전환 과정 종료 후에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연내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또 비경상적 이익이 발생하면 자사주를 취득하거나 소각해 추가 주주환원도 실시한다.

OCI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과 겹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현재 자사주 비율이 1.26%에 불과해 인적분할을 하더라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급격하게 오르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영권 강화라는 오해가 있지만 화학부문 재평가와 사업부문간 이질성 극복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며 "향후 현금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등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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