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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매각 NO' KAI···역대급 수출 호황 속 '독자생존' 시험대

산업 중공업·방산

'매각 NO' KAI···역대급 수출 호황 속 '독자생존' 시험대

등록 2023.03.03 07:14

김다정

  기자

강구영 사장 "임직원 99%가 매각 반대···안보 틀 흔들려"매각 당사자도 인수 후보자도 '손사래'···뜬소문만 '무성'수주잔고 24조6000억원 역대 최대···재무건전성은 숙제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설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실적악화로 인해 공기업인 듯 아닌 국내 유일 항공기 체계개발종합기업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짙은 탓이다.

계속되는 민영화 이슈에 수장인 강구영 KAI 사장은 물론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도 매각설에 연일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시장에서는 '독자생존'을 선언한 KAI가 수출 호황을 돌파구 삼아 새 주인 없이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구영 사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IDEX 2023)에서 자사를 둘러싼 매각설과 관련 "그럴 생각이 없다"며 재차 선을 그었다.

강 사장은 "팔고 안 팔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임직원 의지와 정부 의지인데 제 생각에 우리 임직원이 99% 반대한다"며 "지금 잘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체제를 흔들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KAI가 인수합병 되면) 전체적인 안보의 틀이 흔들릴 수 있다"며 KAI 민영화에 대한 거듭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해묵은 KAI 매각설은 뚜렷한 실체 없이 뜬소문만 무성하다. 당사자인 KAI와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물론 물망에 오른 기업조차 손사래를 치고 있다. 즉, 팔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민영화 이슈가 반복되는 이유는 그동안 실적 악화 탓에 각종 재무지표가 악화됐던 KAI가 최근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면서 매각 적기를 맞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강 사장도 "KAI의 비전, 발전 가능성, 수익 창출로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KAI는 지난해 매출액 2조7869억원, 영업이익 1416억원, 수주액 8조7444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3% 급증했다. 특히 수주액은 전년(2조8353억원) 대비 208%나 불어났다.

여기에는 KF-21 개발과 수리온 4차 및 상륙기동헬기 양산 등 코로나 확산으로 위축됐던 기체부품 사업이 회복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폴란드에서 잭팟을 터뜨린 덕분에 수주잔고는 창사 이래 역대 최대치인 24조6000억원에 달한다.

'매각 NO' KAI···역대급 수출 호황 속 '독자생존' 시험대 기사의 사진

이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강 사장은 "KAI는 충분히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갈 조직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매각설 진화에 애를 쓰고 있다.

이에 방산업계에서는 불붙은 매각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올해 본격적인 수출 호황기를 맞은 KAI가 중장기적인 '홀로서기' 역량을 증명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카이는 재무구조 안정을 위해서 꾸준히 차입금과 순차입금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부채비율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KAI의 차입금은 1조1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도 1조원 넘게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부채 비율은 436.4%를 기록하며 85.1%p 높아졌다.

특히 올해는 무기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실행계약이 이행돼 수주잔고가 수익으로 잡히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만큼 악화된 재무구조가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수익성·재무건전성 회복 숙제를 떠안은 KAI는 최근 해외영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달 FA-50을 앞세워 말레이시아와 1조2000억원 규모 수출 계약을 따낸 데 이어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5개 기종의 착륙 장치에 들어가는 주요 기체 구조물 신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 28일부터 5일까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아발론 국제에어쇼 2023'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나선 모습이다. 향후 이집트, 미국 등 굵직한 수주 이슈가 있는 만큼 해당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KAI는 이미 지난해 록히드마틴과 T-50 계열 항공기 판매를 위해 체결한 TA(Teaming Agreement, 전략적 파트너십)를 기반으로 마케팅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사장은 1일(현지시간)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에서 "중동의 핵심 국가이자 북아프리카 지역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집트 진출로 파생된 다양한 사업 기회가 있다"며 "세계 최고의 비행기들이 나는 미국에서 우리 비행기가 날 수 있다고 하면 KAI 브랜드 가치가 메이저리그로 상승하게 된다"고 기대했다.

이집트는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일단 36대 주문한 이후 2차 사업에서 10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경우 2024~2025년 280대 규모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도입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도 글로벌 방산 수주 호황에 힘입어 KAI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평년 수주가 3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KAI가 제시한 4조4769억원의 수주가이던스는 긍정적"이라며 "올해 예정된 수주 이외에도 향후 이집트와 미국 등 추가적인 완제기 해외 수출, KF-21 양산 등 미래 먹거리 또한 풍부해 실적 퀀텀점프와 함께 장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완제기수출 비중이 높아질 때 마진율이 좋았기 때문에 올해도 괄목할 만한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며 "이집트, 미국 등 굵직한 수주 플로우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수주 관련해서는 긍정적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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