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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상용화 기대 커지는 '모듈러공법'···"학교-병원-주택 순서로 상품화"

부동산 건설사

상용화 기대 커지는 '모듈러공법'···"학교-병원-주택 순서로 상품화"

등록 2023.02.13 15:04

장귀용

  기자

정부, 연내 원가 기준 마련···생산성 향상 국책연구도 박차'조립식' 편견에 '내화성' 숙제까지···업계 "해법은 브랜드화"구조 단순하고 공급 시급한 학교‧병원부터 시장 형성할 듯해외진출 기대···"까다로운 국내 내화‧내진 기준이 경쟁력 견인"

서울 가양동에 지은 모듈러주택 시공모습.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서울 가양동에 지은 모듈러주택 시공모습. 사진=한국건설기술연구원

'모듈러공법'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적정 공사비를 산출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원가 산정 기준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그간 공사비를 반영할 수 있는 관련 기준이 없어서 공기관이 발주하는 실증사업이나 소규모 건축에 한정됐던 모듈러공법이 확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상반기 내에 모듈러 공법 등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원가 산정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는 10일 제4차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TF)에서 내놓은 연내 규제개선 과제 중 하나로 이를 제시했다. 모듈러공법은 주요 자재와 부품을 공장에서 생산한 다음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사방식을 말한다.

원가 기준이 마련되면 발주단계에서부터 모듈러공법을 채택하기 용이해진다. 사용하는 자재와 기술, 공사기간 등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면 발주자가 사업비를 책정할 때부터 관련 공사비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그간 가점 항목 신설하고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을 장려하는 등 정부차원에서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공사비 반영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견적단계에서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을 포기한 사례가 많다"고 했다.

기술과 자재의 표준화와 규격화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모듈러공법은 공장에서 주요 자재와 부품을 생산하는 만큼 규격화를 통한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모듈러공법과 관련한 기술과 자재에 대한 원가 기준이 마련되면 이것이 표준규격 역할을 하게 된다.

규격화 표준화 쉬운 학교‧병원, 모듈러공법 최적 상품

업계에선 당장 학교와 병원과 같은 시설부터 모듈러공법이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와 병원은 각 교실과 병실의 구조와 형태가 단순하고 용도가 명확히 정해져 있어서 규격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병원의 경우 코로나 사태와 같이 격리가 필요한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모듈러공법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듈러음압병동 분야에선 코오롱글로벌이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2020년 6월 자회사 코오롱모듈러스를 설립하고 실적을 쌓는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코오롱모듈러스는 설립 직후 서울대병원 문경 치료센터 음압병동을 건립해 기부했고 9월엔 국립중앙의료원이 발주한 30병상 규모의 3층짜리 모듈형 음압병동을 24일 만에 짓기도 했다"면서 "음압병동 외에도 다양한 모듈러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고 해외진출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했다.

2021년 부산 강서구에 지은 모듈러 교사(敎舍). 사진=부산시교육청2021년 부산 강서구에 지은 모듈러 교사(敎舍). 사진=부산시교육청

모듈러 교사(校舍)는 교육부가 2021년부터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하면 신설 학교를 짓거나 교사를 증축하기 전까지 학생을 수용할 시설이 모자란 경우가 많은데 공기(工期)가 짧은 모듈러공법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선 NRB와 플랜엠‧엠쓰리시스템즈 등이 활발하게 공급에 나서고 있다.

임석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학교와 병원의 경우 이미 시범사업과 실증사업을 통해 준공한 사례가 많아 상용화를 위한 과정이 까다롭지 않다"면서 "현재 하루 만에 음압병동을 짓는 모듈러 음압병동을 개발 중으로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고층 모듈러건물, 도입 시기조율만 남아···브랜드화도 검토

업계에선 모듈러공법의 성패가 고층 건물 시공에 달려있다고 본다.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어야 대량 생산체제를 갖춰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2층 이상 중고층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까지 실증이 완료됐다. 기술의 핵심은 내화성(耐火性)이다. 국내에선 4층·20m이하의 건물의 경우 1시간, 12층·50m이하의 경우 2시간, 그 이상의 건물은 3시간 동안 불이 외부나 상화좌우의 다른 공간으로 번지거나 형태가 변형되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대중의 편견이다. 일반적으로 조립식주택은 지진이나 화재 등에 취약할 것이라는 시선이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도 아직 국내에서 모듈러빌딩이나 주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모듈러공법의 종류와 국내 기술보유 업체. 사진=SH 모듈러주택 R&D 실증센터모듈러공법의 종류와 국내 기술보유 업체. 사진=SH 모듈러주택 R&D 실증센터

업계에선 모듈러공법으로 짓는 주택이나 빌딩을 '브랜드화'하는 전략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균일한 상품성을 확보해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고 조립식주택이나 임시시설이라는 편견을 깨겠다는 것.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과 금강주택은 지난해 7월 국가연구개발(R&D)사업으로 지은 '용인영덕 중고층 모듈러 주택 실증사업'의 품평회를 열고 모듈러주택 품질 알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업계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아파트 브랜드를 통해 브랜드와 품질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굳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모듈러주택도 브랜드화 전략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면서 "다만 기존 브랜드를 모듈러공법으로 짓기보단 새로운 별도 브랜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장벽 낮고 편견 없는 해외시장부터 성과 가시화

업계에선 해외진출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해외에선 모듈러공법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내화기준도 국내만큼 까다롭지 않아서다. 오히려 국내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제품의 우수성이 수출에 도움이 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삼성물산과 GS건설 등이 해외진출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포스코건설과 포스코A&C와 손잡고 국내외 모듈러 시장 공동 진출과 모듈러 상품성 향상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주택 제작시설을 사우디에 설립·운영한다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외에도 영국이나 미국 등 해외 현지 모듈러사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GS건설은 2020년부터 영국 소재 철골 모듈러 업체 '엘리먼츠' 비롯해 미국과 유럽 등지의 모듈러 업체를 다수 인수하면서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 업체들을 통해 호텔이나 병원 등 모듈러 건물을 수주하는 실적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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