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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재용은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김정훈의 인더스트리

이재용은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등록 2022.06.08 14:50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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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삼성은 LG나 SK에 비해 배터리 사업에 총수가 별 관심이 없는 모양입니다."

최근 기자와 통화한 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삼성이 발표한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및 8만명 신규 채용 계획에 배터리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도 의아했다. LG와 SK는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은 어떤가.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 등 미래전략산업에 투자 계획이 나왔다. 그런데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은 빠졌다.

배터리 투자는 안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 시점에서 삼성SDI 미국 투자 소식이 들려왔다. 세계 4위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 손잡고 25억 달러(약 3조원) 이상 투자해 합작법인 및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는 내용이었다. 2025년 8월까지 삼성이 지불하는 금액은 1조6313억원으로 공시됐다.

허나 삼성 이름값에 비하면 투자 규모는 크지 않았다. 450조원의 1%도 안되는 비중이었으니까. 오죽하면 업계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배터리 사업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거 같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배터리는 삼성의 신성장 동력 사업에서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게 확실해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비교하면 삼성SDI 투자 움직임이 더디긴 하다.

재계와 산업계에서 이 부회장의 출장 목적이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방문에 집중된 가운데 최윤호 삼성SDI 사장의 출장 동행은 분명 눈길을 끈다. 최 사장은 전날 이 부회장이 탄 김포공항 전세기에 함께 몸을 실었다.

최 사장이 유럽 출장에 나서면서 오는 18일 귀국 예정인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배터리 사업을 챙길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 사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 담당임원을 거친 '이재용 시대' 실세 중 한 명이다.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을 맡다 올해부터 삼성 배터리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최 사장은 삼성 내 재무전문가로 글로벌 사업운영 역량을 갖춰 이 부회장의 '믿을맨'으로 자리잡았다. 이번 출장에서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그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에 최 사장이 동행한 것은 배터리 사업을 챙기는 행보로 분석된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출장지로 ASML 본사를 방문할 네덜란드를 포함해 독일, 프랑스 등이 거론됐다. 다만 독일과 프랑스에서 어떤 파트너를 만날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의 출장 스케줄에서 배터리 사업으로 영역을 좁혀보자. 독일 뮌헨에는 삼성SDI 유럽법인이 있다. 헝가리에는 삼성SDI 배터리 제조 공장을 뒀다.

독일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유럽 럭셔리카 빅3 제조사의 고향이다. 전기차 생산을 늘리고 있는 독일 완성차 기업들은 삼성과 배터리 사업 파트너들이다. BMW는 오래 전부터 삼성과 배터리 협력을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의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시회에 삼성SDI가 참여하기도 했다.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이 부회장의 출장 일정에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와 미팅 일정이 잡혀 있을 수도 있다.

스텔란티스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그룹(PSA)과 이탈리아 피아트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뭉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합병사로 작년 초 출범했다. 지난달 삼성SDI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고 북미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 본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다. 타베레스 CEO는 프랑스인으로 이 부회장이 프랑스를 찾는다면 전격 회동 자리가 마련될 수 있다. 꼭 프랑스가 아니더라도 네덜란드 방문에서 타바레스 CEO 미팅은 충분히 성사될 수 있다.

최근 삼성SDI는 미국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매도' 리포트가 나온 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경쟁사 대비 보수적 증설로 인해 향후 시장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는 전망이었다.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최대 목적은 ASML과 반도체 장비 협의 건이다. 그럼에도 배터리는 삼성의 최대 사업만 아닐 뿐, 여전히 미래 먹거리로 경쟁력이 있는 사업으로 삼성 경영진은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삼성 최고경영진이 배터리 사업 논의를 위해 유럽행을 선택한 것은 이재용이 그리는 배터리 비전이 있다는 반증이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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