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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신약' 외길 SK바이오팜···미국서 빛 본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신약' 외길 SK바이오팜···미국서 빛 본다

등록 2022.05.26 07:08

유수인

  기자

'세노바메이트' 美서 2조 매출 전망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성과항암제·디지털치료제로 외형 확장

그래픽= 박혜수 기자그래픽= 박혜수 기자

신약 연구개발(R&D)에만 몰두해 온 SK바이오팜이 미국시장에서 빛을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추신경계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을 중점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모습이다.

◇뇌전증 신약, 美서 매분기 고성장= 25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자체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가 미국시장에서 인정받으며 매분기 고성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분기 매출 411억원을 기록했는데 미국에서만 317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했다. 다만 기술수출과 같은 일회성 요인이 제외되면서 영업손실은 371억원을 기록했다.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처방건수도 지난 3월 기준 1만2000건대로 상승해 최근 10년간 발매된 경쟁 약물들의 출시 23개월차 평균의 약 2배에 달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기대를 받아온 약물이다. 기존 치료제들로는 발작 증세 조절이 어려웠지만 세노바메이트는 약물 투여 기간 중 발작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발작완전소실' 비율이 20%를 넘고 장기 복용시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발작완전소실'은 환자의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뇌전증 신약 선택에서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이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 판매허가 승인을 획득, 이듬해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현지에 출시했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의 2027년 매출액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뇌전증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세노바메이트의 높은 발작조절 효과가 매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약개발에 집중 투자, 독보적 파이프라인 확보로 성장= 세노바메이트는 후보물질 탐색부터 제품출시까지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최초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국내 제약산업은 실패 위험이 적은 복제약(제네릭) 시장 중심으로 영위돼 왔다.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그마저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SK그룹은 1993년 제약산업에 발을 들인 후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중추신경계 분야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를 지속했다. 최태원 SK그룹회장은 바이오사업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를 세우고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현재 회사를 이끌고 있는 조정우 대표이사도 생명과학 연구분야에서 정통한 인물로 알려진다. 그는 인하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A&M대학교 대학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금호석유화학 금호생명과학연구소를 거쳐 2001년 SK라이프사이언스 랩장으로 영입됐다. 이후 SK바이오팜에서 일하면서 신약개발사업부문장,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수행했고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신약의 미국 허가에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의 아시아(중국·일본·한국) 임상 3상과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은 독보적인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춰나가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약' 외길 SK바이오팜···미국서 빛 본다 기사의 사진

SK바이오팜의 지난해 매출액은 41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배 증가했으며, 이 중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이 78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53억원이었다. 이나경 흥극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의 주력 제품인 세노바메이트의 처방 건수 및 순매출액이 매분기 고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쉽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장"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이 같은 매출 호조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24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올해 카리스바메이트 임상3상 진입에 따른 연구개발비 증가, 미국 해외법인을 통한 직접 마케팅 비용 등으로 판관비가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원가율이 상당히 낮음을 감안하면 판관비를 커버할 수 있는 매출 발생 시기에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가는 아직 부진하다. 2020년 7월 2일 9만 80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26만9500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8만7400원에 머물러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시장에서 세노바메이트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온라인·케이블TV 광고 확대, 대면 영업·마케팅 강화 등 전방위 활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에는 '세노바메이트' 처방 의사의 신규 처방률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다양한 의사를 타깃으로 마케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뇌전증과 같은 중추신경계 질환을 진료하는 신경과 전문의 수는 약 1만명 정도로, 비교적 소수의 집중된 전문의에 의해 치료된다. 그간 SK바이오팜은 목표 의사 수가 적은 점을 활용해 세노바메이트의 전담 영업조직을 구성하는 등의 전략을 펼쳐왔다.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시장 확대도 계속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남미 등으로 기술수출을 추진하고, 파트너사 안젤리니파마를 통해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온투즈리라는 제품명으로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했다.

홍콩에는 신약허가신청(NDA)를 제출했으며, 캐나다는 연내 제출할 계획이다. 한국·중국·일본은 2025년 출시 목표로 임상 3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구개발 역량 토대로 항암제‧디지털치료제로 사업 확대= 뇌전증 치료제는 성장세가 빠른 시장이 아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은 여느 제약사들처럼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보다는 지난 30년간 중추신경계질환 분야에서 쌓아온 연구개발 역량을 토대로 외형확장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뇌종양을 비롯, 뇌전이를 많이 일으키는 고형암 치료를 위한 표적 항암제 'SKL27969'의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암 초기 단계에서 뇌 장벽을 통과해 뇌종양 치료하는 컨셉의 저분자(small molecule) 항암신약이다.

조정우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전이에 의한 암에 대해서는 치료옵션이 거의 없다. 특히 교모세포종은 수술도 어려워 초기에 가능한 치료제 방사선치료, 제한적인 화학요법 등이 전부"라며 "이에 기존에 없는 뇌종양, 고형암 전이 암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한다. 'SKL27969'의 미국 임상시험 1/2상이 개시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SK바이오팜은 2018년부터 뇌전증 발작 감지·예측 알고리즘 및 디바이스의 연구 개발을 진행 중이며, 외부 협업·투자 등을 병행하며 비즈니스를 차별화하고 있다. 뇌전증 발작 감지 디바이스의 경우 올해 국내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뇌과학 분야에서의 기술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투자전문회사 SK와 미국 디지털 치료제 기업 '칼라 헬스(칼라)'에 공동 투자를 단행했다. 칼라사(社)는 디지털 치료제 내 생체전자 의약품 분야 선도 기업으로, 신경·정신 질환 치료에 적용 가능한 웨어러블 플랫폼 기술과 미국 전역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번 투자로 SK바이오팜이 진행 중인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조정우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 사업을 통해 뇌질환의 예방, 진단부터 치료까지 환자의 전주기를 함께하는 헬스케어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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