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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치닫는 'CJ대한통운' 택배파업, 도대체 뭐가 문제?

극단 치닫는 'CJ대한통운' 택배파업, 도대체 뭐가 문제?

등록 2022.02.17 15:13

이세정

  기자

총파업 돌입 52일차···10일부터 본사점거최대쟁점 '요금 인상분', 3천억 부당수취 주장작년 영업익 2천억 안돼···노동환경 개선비로 당일배송 등 국토부 승인 일부조항 삭제 요구사측과 대화 힘들어, 본사 개입시 노동법 위반 대리점연합, 최후통첩 날려···비노조와도 갈등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수순을 밟으면서,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갈등까지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수순을 밟으면서, 노사갈등을 넘어 노노갈등까지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CJ대한통운 택배노조의 파업이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택배노조의 '본사 기습점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업계 안팎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CJ대한통운 갈등은 노사문제에서 '노노(努努)'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택배기사와 계약한 대리점주는 물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비노조 소속 택배기사까지 나서 파업 중단과 현업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택배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작년 12월 28일 무기한 총파업을 강행한지 17일로 52일째를 맞았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6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안이 발단이 됐다.

가장 큰 쟁점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는지 여부다. 앞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정부와 택배사업부, 종사자, 대형화주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출범했고, 지난해 6월 택배요금 개당 170원 인상 등이 담긴 합의문을 내놨다.

택배노조는 6개월 가량이 흐른 시점에서 '사측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인상된 요금을 택배기사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는다'며 파업을 결정했다. 택배노조는 사측이 인상분의 60% 가량을 가져간다고 반발했다. 사측이 사회적 합의 이행 비용으로 170원 중 56원만 사용했고, 부당하게 챙긴 수익이 약 3000억원이 넘는다는 게 골자다.

반면 CJ대한통운의 입장은 강경하다. 이미 인상분의 50%를 기사 수수료로 배분하고 있고, 택배노조 지도부가 근거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실제 CJ대한통운의 지난해 택배부문 영업이익은 노조가 주장한 금액의 60% 수준인 1983억원에 그쳤다. 2016년부터 선제적으로 도입한 택배 자동 분류기 '휠 소터' 등 첨단장비 투자 비용과 수천명의 분류인력 고용 등 종합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측은 설 명절을 앞두고 발생한 파업에도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고 있다"며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회사는 '설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해 오히려 자체 비용을 들여 1700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했다.

택배노조는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의 내용을 철회해야 한다는 점도 내세우고 있다. '주 60시간 이내 당일배송', '주6일제' 등 독소조항이 오히려 택배기사들의 과로를 유발하고 있다며,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표준계약서 부속합의서의 경우 당시 노조가 합의한 사안이다. 또 국토부의 승인을 받은 만큼, 법적 효력을 가진다.

CJ대한통은 배송마감 시간을 밤 10시로 지정해 심야배송을 제한한다. 물량이 몰려 당일배송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에도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만큼, 노조측 주장은 시장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나서 사회적 합의 이행 실태를 조사했고, '양호하다'는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택배노조는 오히려 투쟁 강도를 높였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했고,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CJ대한통운은 본사를 폐쇄하고, 노조를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쪽은 CJ대한통운이고, 대리점주가 단독으로 협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오는 21일 이후에도 계속 대화를 거부할 경우, 택배노조 전체로 파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택배업계 고용구조를 살펴보면, 원청인 택배사는 대리점주와 화물 운송에 관한 계약을 맺고 대리점주는 다시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를 고용한 형태가 아닌 만큼, 법률적으로 양측은 교섭 대상이 아니다. 택배기사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대리점주와 협상을 벌이는게 맞다. 특히 파업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이 개입할 경우, 대리점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법 위반 여지가 다분하다.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대화 요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법률적 교섭 대상은 대리점주라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이 "대리점연합회와 노조의 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택배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노갈등'은 더욱 극명해지는 분위기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은 노조 파업 돌입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입장문과 성명서를 발표하며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대리점연합은 지난달 19일 "택배기사의 과로를 방지하자고 부르짖던 노조가 대다수 택배기사를 과로로 내몰고 있다"면서 "즉각 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같은달 26일에는 "국토부 점검 결과 분류인력 투입 등 사회적 합의 이행이 양호하게 되고 있음이 밝혀진 만큼, 택배노조의 파업은 정당성과 명분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 시간 이후에도 파업에 계속 동참할 경우 관용과 용서 없이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이달 16일에는 사실상 마지막 통보를 날렸다. 대리점연합은 "현장 복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개별 형사 고소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물론, 법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계약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묻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쟁의권이 없는 상태에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계약상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근로자들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파업 명분 역시 점점 약화되고 있다. 현재 택배노조에는 CJ대한통운 전체 택배기사 2만명 중 10% 수준인 2000여명이 가입돼 있다. 반면 노조 파업 이후 구성된 비노조 택배연합은 약 3000명으로, 택배노조보다 더 큰 많은 인원이 동참하고 있다.

비노조 택배연합은 지난달 23일 "노조가 국민 물건을 볼모로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를 위한다는 노조 때문에 우리가 돈을 잃고, 그간 쌓은 신뢰를 잃고, 일자리도 잃을 지경"이라며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이달 13일에는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를 침입한 뒤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폭력이 자행되기도 했다"면서 "대화를 하자면서 사옥을 부수고, 직원 멱살을 잡는 것이 대화인가. 지금 가장 급한 것은 파업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 전반에서는 택배노조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전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택배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해 더이상 공권력 작동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사옥을 무단점거한 택배노조에 대해 정부가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경총은 함량 미달의 국토부 조사 결과 하나를 근거로 노조의 파업을 '명분없는 파업', '불법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정부 공권력 투입과 강제진압을 요구하고 있다"며 "CJ대한통운의 무책임한 행태를 오히려 옹호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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