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지주, 오일뱅크 프리IPO 추진아람코에 지분 19.9% 넘겨 1조8천억 확보글로벌 신사업 투자 재무구조 개선 등 사용
28일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사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최대 19.9%(약 1조8000억원)를 아람코에 이전하는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으로 산정해 주당가치 3만6000원 수준에 인수할 계획이며 이번 계약은 양사의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투자 유치와 관련해 “투자와 관련된 주주 권한, 회사 경영 등 주요 합의사항들은 양사 계약에서 다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리IPO는 회사가 기업공개를 하기 전에 몇 년 이내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자금유치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상장 때 지분을 다시 매각하는 조건으로 주로 투자 유치가 이뤄진다. 이로써 올 상반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프리IPO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연기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재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이 이뤄지면 19.9% 지분을 확보하는 아람코는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로 올라서고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율은 71%로 낮아진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앞두고 정부의 감리 기간이 길어지는 과정에서 아람코 측이 투자 목적으로 요청을 해온 사안이어서 상장 전 지분매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추진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인해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강화되면서 상장 계획이 지연됐다.
여기에 아람코 측이 지난 2015년 1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신뢰관계를 쌓아온 것도 영향을 끼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람코는 현대중공업과 그동안 여러 사업들을 추진해왔고,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를 하겠다고 알려지자 긴밀한 사업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투자 유치를 요청해 왔다”며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아람코는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석유회사다. 현대오일뱅크의 업계 최고의 고도화율(40.6%)과 업계 1위의 수익성 등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이번 투자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석유화학과 유전개발, 윤활유 사업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 효과를 감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세계 1위 석유회사가 투자했다는 점만으로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람코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지분 63.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국내 2개 정유사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 영업확대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20% 이상 인수하면 에쓰오일의 계열사로 현대오일뱅크를 편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 19.9%까지만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람코는 최근 감산 정책을 취하고 있으나 절대적인 수치를 보면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분 투자와 같이 확고한 행동을 통해 캡티브 유저(안정적인 매출처)를 많이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아람코는 이번 협약 외에도 사우디 산업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우디 최대 조선소 건립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내 엔진합작법인도 설립한다. 사업 진행을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중동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아람코는 사우디 기간산업 확충과 대규모 고용창출 등의 효과를 얻는 ‘윈-윈’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식 IPO로 가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액션을 취함으로써 (투자자들) 시장이 기대하는 시그널 이펙트(신호 효과) 요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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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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