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 감독에게 ‘폭력’은 하나의 스토리였다. 아니 소통의 도구였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제도권 교육이 어떻게 폭력성을 키워내는지를 말했다. ‘비열한 거리’에선 돈이 형님이 되는 사회와 돈이 폭력성을 어떻게 소비하는 지에 대해 깊이 있는 시각을 전했다. 그리고 이른바 ‘폭력 3부작’ 완결편으로 개발 이전 ‘강남’에게 시각을 돌렸다. 강남은 그의 ‘폭력 3부작’ 시작점인 ‘말죽거리 잔혹사’와의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말죽거리’에서 말한 제도권 교육 속 권력이 사회로 확대됐고, 그 확대된 권력은 폭력으로 변질돼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석력을 더했다. 스크린의 음유시인으로 통하는 유하 감독의 폭력 3부작은 그렇게 ‘마무리’란 여정에 방점을 찍었다.
영화는 ‘강남’이란 지역적 특색의 시간적 흐름이 갖는 이중성에 포커스를 맞춘다. 한때 넝마주의로 뒤덮인 ‘낙오의 땅’은 오렌지족이 판을 치고 부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지금의 강남과는 판 자체가 달랐다. 극단으로 이어지는 연결선은 누군가의 피와 땀 그리고 삶과 죽음을 통해 이어진 ‘연장선’이었다.
영화 속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도 그 연장선을 만들어 낸 수많은 삶과 죽음 속에 녹아 있는 이름 없는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정체성의 혼돈이 만들어 낸 강남을 상징하듯 고아로 나온다. 고아원에서 만난 두 남자는 함께 강남의 한 판자집에 살면서 넝마주의로 생계를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남서울(강남)계발계획’으로 인해 살던 판자집이 철거를 당한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유일한 소유였던 집은 사라지게 된다.
두 사람은 영화 마지막 ‘만약 그때 우리가 그 집에 남아 있어다면 어땠을까’란 독백으로 시작과 함께 끝에 대한 여운과 실마리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강남’이란 지역이 담고 있는 의미는 현대에선 ‘땅’을 넘어 ‘집’으로 해석된다. 종대와 용기도 자신들의 집이 사라지면서 ‘돈’과 ‘땅’에 집착을 하게 되고 급기야 이 두 가지가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권력에 대한 동경을 꿈꾼다. 하지만 둘은 같은 권력을 바라보면서도 다른 시각을 유지했다. 종대는 ‘권력’을 ‘가족’으로 해석하지만, 용기는 ‘집착’으로 오해했다. 서로의 지향점이 달랐던 두 남자의 엇갈린 행보는 이후 위태로운 동거로 이어지면서 유하 감독이 ‘폭력 3부작’을 통해 완성하려 했던 ‘폭력적 소비’가 시간의 흐름 속에 어떻게 달리 해석 되는지를 그려나간다.
종대는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폭력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고, 은퇴한 조폭 길수(정진영)는 종대와 자신의 딸 선혜(김설현)를 위해 복귀를 선택한다. 더욱이 종대는 헤어졌던 용기를 만나게 되지만 그는 이미 자신과는 반대편의 조직 간부로 성장해 있었다. 한 배를 탔던 두 남자는 시간이 흐른 뒤 양극단의 땅에 선 채 만나게 된다.
얽히고설킨 이 관계는 윗선의 권력 유지를 위한 ‘돈’을 위해, 땅의 변질 속에 부딪친다. 서로에게 칼을 들이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종대와 용기는 서로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면 안되는 상황의 연속에 빠진다. 그 갈등의 고리는 주변 사람들의 절망과 무너짐으로 이어지고 두 사람은 어쩔 수 없는 파국 속에 직면하면서 ‘권력’이, ‘폭력’ 가진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그 끝은 결국 힘이란 속성이 갖는 ‘약육강식’일 뿐이었다.
유하 감독은 시인 시절부터 강남이란 지역에 주목했다. ‘강남 1970’이 그린 궁극적인 지역의 이중성은 ‘폭력’이 담고 있는, ‘힘’이 가진 특성과 맞닿아 있었다. 종대와 용기가 그려가는 서로 다른 강남의 모습은 그렇게 유 감독의 뇌리 속에 깊게 각인된 그것과 어쩌면 완벽하게 일치하는 한 점 일 것 같은 느낌이 ‘강남 1970’을 관통하는 정서다.
그 정서는 고스란히 이민호 김래원이란 두 발군의 배우를 통해 그려진다. 방황하는 청춘의 정서를 그동안 그려온 이민호는 ‘힘의 논리’에 감성을 집어넣은 ‘김종대’란 인물을 살려낸 일등 공신이다. 그는 건달이면서도 ‘땅’을 통해 ‘집’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지우려 발악한다. 그것은 결국 집착으로 이어지고 그 집착은 또 폭력으로 연결되면서 종대의 정체성을 관객들로 하여금 강제로 인정하게 만든다.
반면 김래원이 연기한 백용기는 김종대보단 본능적인 인물이다. 단순한 개념의 힘을 동경했다. 그 힘은 실질적인 소유물인 돈으로 이어진다. 조직을 장악하고 돈을 거머쥐면서 자신의 꿈인 힘을 실현시키려 하는 인물이다. 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하지만 영화 속 미묘한 포인트에서 용기의 실질적인 정체성은 드러난다. 이 지점이 김래원이란 배우와 유하 감독이 ‘백용기’란 캐릭터에 진짜 생명을 불어 넣은 보이지 않는 지점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시대상의 정서와 정치적 이념의 냄새가 당시 사회의 시스템을 어떻게 쥐고 흔들면서 세상을 지배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시각이 돋보인다. ‘폭력 3부작’이란 다소 자극적인 소재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끌고 온 유하 감독의 시각이 완성되는 작품으로 ‘강남 1970’을 추천하기에 손색이 없다.
영화적 미학이나 스토리적 접근 방식 등 어떤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강남 1970’은 ‘폭력 3부작’의 마침표로 부족함이 없다. ‘폭력’의 허무성이 드러난 영화 결말은 그래서 지울 수 없는 여운의 낙인을 찍는다. 오는 21일 개봉.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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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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