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예능, 진화와 퇴보의 서바이벌··· 성적표는?

2014 예능, 진화와 퇴보의 서바이벌··· 성적표는?

등록 2014.12.26 06:00

이이슬

  기자

사진 = CJ E&M, MBC, KBS 제공사진 = CJ E&M, MBC, KBS 제공

방송 시간에 맞춰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에 불러 앉히며 위용을 과시하던 지상파 예능 전성시대는 이제 옛 말이다. 올해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들 중에서 눈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은 한 자릿수 굴욕적인 시청률을 보이며, 잘 만들어진 케이블채널 예능 프로그램에 밀리는 수모를 맛봤다.

MBC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SBS ‘스타킹’ 등은 비슷한 형식을 답습하다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당했고, ‘비정상회담’을 통해 외국인 예능이 각광받자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비슷한 형식의 예능을 제작하며 '베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예능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케이블채널 예능의 약진(躍進)이다. ‘비정상회담’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 등의 잘 만들어진 콘텐츠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실험과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감하게 기존 예능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와 출연진, 소재 등에서 변화를 줬고, 이는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 편승하지 않고 알이 꽉 찬 내실 있는 콘텐츠로 승부한 결과 흥행을 거뒀다.

하지만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주말 황금 시간대에 전파를 타며 굳건히 자리를 지킨 MBC ‘무한도전’과 KBS ‘1박 2일’이 지상파의 면(面)을 세웠다. 각종 논란과 출연자들의 구설에도 불구하고 모진 비와 바람에 정공법으로 승부를 던지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

올 한 해 예능 프로그램을 되돌아보며, 최고의 예능과 최악의 예능, 그리고 장수 예능에 대해 꼽아봤다.

최고의 예능

▲ 무공해 예능···신(新) 장르의 탄생, tvN ‘삼시세끼’

강원도 산골에서 삼시 세끼 밥을 지어먹는 케이블채널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는 자극적인 배경음악이나 무리한 설정 없이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착한 예능이다. 물론 매회 게스트는 등장한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연예인들이 시골로 공간을 옮겨 일상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함께 요리하는 장면을 담는다.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는 없지만 시청자들은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밥을 지어먹는다는 원초적인 설정과 눈앞에 펼쳐진 멋진 자연 환경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공감과 즐거움을 찾으며 잔잔한 웃음을 유발하는 것.

또한 ‘삼시세끼’ 마스코트 강아지 밍키와 이서진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훈훈한 재미를 주는 염소 잭슨, 고등어 한 점을 물고 필사적으로 내달리는 고양이 멀렌다 등 동물 가족에게 캐릭터를 부여하는가 하면, 진화된 투덜이 이서진과 노예 택연 캐릭터를 입혀 잔잔한 재미를 준다.

‘삼시세끼’는 방치된 상황을 그대로 촬영한 후 편집을 통해 재미와 이야기를 창조하며 관찰 예능의 진화된 모습을 선보였다. ‘삼시세끼’를 통해 2014년 관찰 예능은 새로운 방향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tvN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 사진 = CJ E&M tvN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 사진 = CJ E&M

▲ 똑똑한 나영석 PD의 연출력 빛났다···‘꽃보다’ 시리즈의 탄생

KBS2 ‘1박 2일’의 흥행을 이끈 나영석 PD는 2013년 CJ E&M에 새둥지를 틀고, 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이서진이 함께 해외 여행을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를 선보였다. 시즌제로 선보인 ‘꽃보다 할배’에 이어 여배우판 ‘꽃보다 누나’로 흥행을 이어갔다. 이후 ‘꽃보다’ 시리즈의 완성판 ‘꽃보다 청춘’ 시리즈를 선보였다. 유희열, 이적, 윤상이 페루로 우정 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를 선보이며, 중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비롯한 이야기를 담았다.

2014년 여름, tvN ‘응답하라 1994’ 주역인 유연석, 손호준, 바로는 ‘꽃보다 청춘’ 시리즈의 여행을 이어가며 진정한 청춘의 의미를 완성시켰다.

‘꽃보다’ 시리즈는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출연자들끼리 꾸려가는 여행을 통해 관찰 예능의 초석을 닦았다. 낯선 여행지에서 느끼는 출연자들의 감정을 편집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유하며 재미를 안겼다. 특히 젊음과 시간, 현재의 소중함에 대해 입을 모으며 메시지 전달에도 힘썼다.

출연자들간 의사소통이 다소 서투를지라도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리며 또 다른 여행의 모습에 대해 여과 없이 담아냈다. 타 예능과 비슷한 여행 예능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꽃보다’는 연이어 흥행을 기록하며, 잘 만들어진 포맷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 지상파 주말 예능의 구원투수, ‘슈퍼맨이 돌아왔다’

지난 7월,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합류한 배우 송일국과 세 아들 대한, 민국, 만세는 처음 등장하자마자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삼둥이는 각기 다른 매력으로 마음을 훔쳤다. 이들의 등장으로 인기는 껑충 뛰었다. 이 기세를 이휘재네 쌍둥이가 이어 받았다. 서언이와 서준이가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은 흐뭇함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

사진 =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사진 =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또 아이들을 양육하며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의 색다른 모습도 공개됐다. 가정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순수한 매력과 어우러져 시너지를 발휘한 것.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편안한 모습을 관찰하고, 이들의 일정에 동행하며 가족의 하루를 보여주며, 관찰 예능의 흥행을 이끌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시청률 23주 연속 1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 중이다.

최악의 예능

▲ ‘룸메이트’ 연예인들 모여 밥먹고 춤추는 모습, 꼭 시청해야 하나?

관찰 예능을 표방한 ‘룸메이트’는 홈셰어(Home Share)라는 트랜드를 반영한 취지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출발 당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거기다 최고의 아이돌 그룹 멤버부터 모델, 격투기 선수, 개그맨 등 다양한 분야의 연예인들이 한 집에 모여 생활한다는 스토리는 흥미를 유발했다.

수십여대의 카메라가 이들의 편안한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형식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작위적인 설정과 제작진의 개입이 난무한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무분별한 러브라인, 몰래카메라 등 시청에 피로를 자아내는 불필요한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했고, 편집으로 논란을 방지할 수 있는 장면을 여과 없이 방송해 이슈를 조장하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설정은 시즌 2에서도 계속됐다. 출연자들이 바뀌었지만, 갓세븐 잭슨과 카라 허영지는 어김없이 러브라인으로 묶였고, 하물며 개그우먼 이국주는 등장하는 남성 게스트들과 매번 러브라인으로 설정됐다.

또 이들이 펼치는 장기자랑, 섹시댄스, 상황극은 지난 방송분인지 본 방송분인지 헷갈릴 정도로 반복되고 있다. 애초에 의도했던 공동 주거문화에 대한 의미 전달은 퇴색된 지 오래다. 연예인들이 한 집에 모여 살면서 밥먹고, 춤추고, 썸타는 반복을 통해 시청자들은 위화감과 피로를 느낀다. 톱스타 게스트를 초대해 시청률 반등을 꾀한다지만, 어차피 똑같지 않은가? 톱스타 게스트들도 함께 밥먹고, 춤추고, 누군가와 러브라인으로 엮을 것을.

▲ 모호해진 프로그램 정체성과 기획의도···‘나는 남자다’

국민MC 유재석의 합류로 기대를 모았던 KBS2 ‘나는 남자다’는 동시간대 상당한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던 ‘사랑과 전쟁’을 폐지시키고 자리했다. 남자들이 모여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콘셉트로 제작된 ‘나는 남자다’는 제목에서부터 여성 시청자들은 배제하고, 철저히 남자들의 토크 쇼를 표방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자 결국 여자들을 찾았다. ‘나는 여자다’ 특집까지 편성하며 또 다른 시도를 꾀했지만, 모호한 장르에 기반한 지루한 전개에 등 돌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여성 방청객을 초빙해 게스트로 나온 아이돌 그룹 멤버와 묘한 분위기로 엮는 등 산으로 가는 콘셉트는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애초에 유재석과 남성 방청객의 조합은 어쩐지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 조합임은 분명했다. 신선한 그림을 기대했으나 패널로 등장한 장동민, 권오중 등 MC 군단은 방청객들의 외모 비하나 신변 잡기 위주의 토크를 진행하며 지루한 전개를 이어갔다.

사진 = KBS2 '나는 남자다' SBS '룸메이트' MBC '별바라기'사진 = KBS2 '나는 남자다' SBS '룸메이트' MBC '별바라기'

▲ ‘별바라기’ 시청자 공감 부족과 강호동 식 진행의 한계

강호동의 복귀작 MBC ‘별바라기’는 스타와 팬의 만나 추억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공감을 자아내는 토크쇼. 물론 그 스타의 팬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공감을 안길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지 않은 시청자들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별바라기’는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별바라기’를 통해 강호동은 한계를 마주했다. 대중을 압도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진행하는 1인자 진행 스타일이 공감과 향수를 부르기에는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난무했다. 스타와 팬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다리 역할을 하며 토크의 맥을 짚어주는 능력이 요구되는 자리였지만, 강호동은 SBS ‘스타킹’에 어울릴 법한 진행능력을 발휘하며 맥을 끊었고 이는 시청에 피로감을 안겼다.

결국 ‘별바라기’는 한 자릿수 굴욕적인 시청률로 조용히 종영했다.

공로상

▲ 국내 원조 리얼리티 장수 프로의 양대산맥 ‘무한도전’과 ‘1박 2일’

10여년의 시간을 함께하며 자리를 지켜온 ‘무한도전’에게 2014년은 가혹한 한 해였다. 노홍철과 길이 음주운전 파문을 일으키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크고 작은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론이 대두되었다. 7인 멤버에서 5인으로 바뀌면서 급기야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폐지설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무한도전’은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정면 돌파였다. 프로그램 내의 문제를 덮지 않고, 초심이 사라진 것 같다는 지적에 ‘무한도전’ 전신인 ‘무모한 도전’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극한알바’ 특집을 꾸며 지하 탄광과 63빌딩 유리창 닦기 등에 도전하며 발로 뛰었다.

또한 방송이 없을 때 음주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지 알아보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해 노홍철의 음주 논란에 정면으로 마주했다.
9년이라는 시간동안 전파를 탄 ‘무한도전’은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400회가 넘는 방송을 이끌어오며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하고, 2012년에는 MBC 장기파업 사태에 결방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방송사고가 있었고, 하하는 군대에 갔다 왔다. 여러 이유로 이윤석, 전진 등의 멤버가 교체되기도 했다. 길과 노홍철은 하차했고, 그들의 공백을 그대로 비운 채 나머지 멤버들이 고군분투하며, 공백을 아이템으로 채우고 있다.

수장 김태호 PD는 우여곡절 끝에 ‘무한도전’을 이끌어오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건 한 프로그램을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이끌기란 쉽지 않다. 김 PD와 멤버들은 시청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프로그램 유지에 애쓰고 있다. ‘무한도전’의 시청률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사진 = KBS '1박 2일', MBC '무한도전' 사진 = KBS '1박 2일', MBC '무한도전'

KBS2 예능프로그램 ‘1박 2일’ 역시 ‘무한도전’과 마찬가지 장수 프로그램이다. 2007년 첫 전파를 탄 ‘1박 2일’은 2014년 시즌3로 재정비 했다. 강호동과 이명한, 나영석 PD가 주축이 되어 터를 닦았지만, 강호동은 세금 탈세로 물의를 일으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이명한, 나영석 PD 역시 CJ E&M 으로 이적했다. 이후 강호동의 자리를 이수근이 채웠지만 이수근 역시 도박 파문으로 하차했다. 이후 프로그램은 비슷한 형식을 반복하며 지루한 장면이 전파를 탔고 시청자들은 외면했다. 하지만 시즌 3에 차태현, 김종민을 제외한 모든 멤버를 물갈이 하며 신선함을 꾀했다.

무엇보다 시즌1 당시, 조연출로 참여했던 유호진 PD가 당시의 초심을 찾는 설정을 등장시키며 시즌3를 꾸려갔던 것이 주요했다. 이를 통해 시즌 3는 동시간대 예능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무한도전’과 ‘1박 2일’의 장수는 의미가 깊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장수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트랜드를 쫓아 편성과 종영이 반복되는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위기를 극복하며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괄목할 만 하다. 시청률에 개의치 말고 ‘무한도전’ ‘1박 2일’이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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