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유 수출 회복에도 국제유가 116달러...기름값 안 떨어지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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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수출 회복에도 국제유가 116달러...기름값 안 떨어지는 5가지 이유

등록 2026.10.30 14:41

수정 2026.10.30 15:26

이윤구

  기자

상선 공격 늘어나...보험료·운송비 폭등중국 수요 살아나고 세계 원유 재고는 바닥시노코르 선박 운항 차질 우려···수송망 불안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회복됐지만 국제유가는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다. 해상 운송의 불확실성과 추가 군사 충돌 가능성, 주요국의 원유 수요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공급 회복에도 유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소비자들도 주유소에서 기름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 초반 한때 배럴당 약 111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수출량이 현재의 절반 수준에 그쳤던 4월 말 이후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후 미국과 이란 간 외교 협상 재개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브렌트유는 전장보다 0.38% 내린 배럴당 114.8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30일(한국시간) 오후 2시 기준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 대비 1.04% 상승한 배럴당 116.08달러에 거래됐다.

나타샤 카네바 JP모건 글로벌 상품 전략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브렌트유의 적정 가격을 배럴당 94달러로 평가했다. 현재 시장 가격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란과의 전쟁이 8개월째 이어지면서 원유 수출 회복 속도와 추가적인 군사적 긴장 고조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시장의 가격 평가가 한층 복잡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챗지피티 활용)그래픽=박혜수 기자(챗지피티 활용)

국제유가 상승세는 미국 운전자들의 연료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내 일반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25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몇 주 동안 하락세를 보였지만 4월 이후 대체로 갤런당 4달러를 웃돌고 있다.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공급이 개선됐음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한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미국 중간선거 이후의 상황도 주시하고 있다. WSJ은 미국 정부가 여러 걸프 아랍 국가에 이란을 상대로 한 단기간의 강도 높은 군사 작전에 대비할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습이 재개되면 원유 공급망이 다시 차단되고 수출 회복세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새로운 공급 차질 가능성이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약 27달러 끌어올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추산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확보할 수 있을 때 선제적으로 구매하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에너지 시장의 추가 충격에 대비해 원유 선물 계약을 매수하고 있다.

원유 수출 회복세도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WSJ이 인용한 해상 운송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의 자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과 대체 항로를 통한 수송량을 포함한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 18일까지 일주일간 하루 2400만 배럴을 넘어섰다. 전쟁 이전의 하루 평균 수출량인 2330만 배럴을 웃도는 규모다.

그러나 지난 26일까지 일주일간 원유 수송량은 하루 최소 1570만 배럴로 급감했다. 원유 운송 과정의 위험과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이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상선 공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선박 운항 위험이 커졌고, 이에 따라 해상 보험료와 운송 비용도 상승했다.

유조선과 주요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수출국들은 대체 송유관과 선박 간 환적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송유관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공격 이후 기존 수출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0월 초 걸프 지역에서 아시아로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은 배럴당 약 3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전쟁 이전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국 해운사 시노코르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이 새롭게 설립한 페르시아만 해협 당국은 내달 1일부터 시노코르 소속 선박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했다.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및 석유제품 운송 유조선 가운데 시노코르 소속 선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해당 선박의 운항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원유 수송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원유 시장의 재고 여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세계 육상 원유 재고는 적어도 2016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들은 원유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각국의 정유시설에 공급되는 물량 등을 포함한 전체 공급량은 여전히 지난해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회복도 유가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올해 초 중국의 원유 수입이 급격히 줄면서 국제유가 안정에 기여했지만, 6월 저점 이후 수입량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10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9월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더라도 이를 곧바로 국제유가 하락으로 연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살아나는 가운데 글로벌 재고는 줄어들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과 해상 운송 차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공급 회복만으로는 국제유가를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끌어내리기 어렵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소비자들이 지속적인 연료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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