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150일 걸리던 부실 금융사 정리, 3~4일로 대폭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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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일 걸리던 부실 금융사 정리, 3~4일로 대폭 줄인다

등록 2026.10.29 12:00

이은서

  기자

금산법·예보법 개정안 입법예고···은행·보험·증권·저축은행·금융지주 대상입찰·주총·기업결합심사 등 절차 면제···주주·채권자 손실보전 장치 마련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는 긴급 상황에서 정리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약 150일이 걸리는 부실 금융회사 정리를 주말을 포함해 3~4일 내 마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신속한 부실 정리로 금융시장 불안을 차단하고 금융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29일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위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및 예금자보호법(예보법)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가 지난 7월 15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하반기 업무보고를 하면서 밝힌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 계획의 후속 조치다. 개정안은 오는 11월 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관계기관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신속정리제도는 금융회사의 부실 또는 부실 우려가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기존 조치만으로는 이를 막기 어려운 긴급 상황에 활용된다. 금융위원회는 부실 또는 부실 우려, 중대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 다른 조치로 대응하기 어려운 긴급성 등 요건을 충족하고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금융회사를 신속정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대상은 예금보험기금 지원이 가능한 금융회사로 한정했다. 농·수협을 제외한 은행과 재보험사를 제외한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금융지주회사 등이 해당한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예금보험기금 지원이 불가능하거나 수신 기능이 없어 대상에서 제외했다. 농·수협은행과 상호금융은 별도 감독·정리체계를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정리 수단도 다양해진다. 금융당국은 영업정지와 임원 직무정지, 관리인 선임뿐 아니라 계약이전, 제3자 인수, 감자, 인허가 취소 등 상황에 맞는 조치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인수자 유무와 금융회사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적절한 정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법령상 절차도 일부 면제한다. 예금보험공사가 계약이전이나 제3자 인수 계약을 체결할 때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와 의견청취 절차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상법·금산법상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채권자 이의제출 절차,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심사 등도 면제 대상에 포함했다.

자산·부채 실사는 예금보험공사가 1~2일 내 잠정 평가를 실시한 뒤 사후 확정하는 방식으로 단축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적기시정조치 이후 정리 절차가 진행되고 각종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해 부실 포착부터 계약이전까지 통상 약 150일이 걸린다. 금융위는 절차 간소화를 통해 정리 기간을 3~4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신속정리 과정에서 주주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신속정리로 인한 손실이 청산·파산 절차를 거쳤을 때보다 커지지 않도록 하고, 정리 종료 후 외부 전문기관의 실사를 통해 산정한 손실 차액은 예금보험기금에서 보전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정리 처분 이후 6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과 이유, 결과 등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영국 등 주요국이 신속한 금융회사 정리체계를 구축했으며,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당시 미국은 4일 만에 가교은행을 설립하고 영국은 주말 3일 만에 영국 법인을 HSBC에 매각해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금융회사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지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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