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홀딩스 겸직 해소···이정훈 측근 김기범 선임NXC·FTX 이어 키움까지···외부 자본 유치 논의 반복복잡한 소유구조에 몸값·의결권 조율도 과제로
국내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와 금융권의 지분 동맹이 이어지는 가운데 빗썸의 외부 우군 확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거래소와 지주사 대표의 겸직을 해소했지만, 이정훈 전 의장의 측근을 새 수장으로 내세우면서 친정체제는 한층 공고해졌다. 다만 기존 경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신규 투자자의 참여와 권한을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을지가 외부 자본 유치의 관건으로 꼽힌다.
23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의 최대주주이자 지주회사인 빗썸홀딩스는 지난달 김기범 전 빗썸 대외협력총괄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거래소와 홀딩스 대표를 겸직하던 이재원 대표는 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나 빗썸 경영에 집중한다. 김 대표는 지주사 차원의 대외 소통과 준법경영 등을 맡는다.
제도화 본격 시동···이정훈 의장 중심 구조 공고
이번 인사는 거래소 운영과 지주사 업무를 분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거래소 경영은 올해 3연임에 성공한 이재원 대표가, 홀딩스의 대외 소통과 준법경영은 김 대표가 맡는다. 이 전 의장은 빗썸에셋 대표을 유지 중이다. 업계에서는 업무는 나뉘었지만 이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인적·지분 연결은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재원 대표와 김기범 대표는 이 전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중 1976년생인 김 대표는 충북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게임 아이템 거래업체 아이템베이 법무팀장을 시작으로 법무·정책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8년에는 이 전 의장이 창업한 게임 아이템 거래 플랫폼 아이템매니아 운영사 아이엠아이(IMI)로 옮겼다. 이후 IMI 법무대외협력본부 이사와 전략사업본부장을 거친 뒤 빗썸에서 대외협력총괄 사장을 맡으며 이 전 의장과 움직임을 같이했다.
2019년에는 싱가포르 법인 SG브레인테크놀로지의 주주로도 이름을 올렸다. SG브레인테크놀로지가 이 전 의장의 지분과 우호 지분 10여 주를 더해 과반을 유지한 만큼 김 대표에 대한 이 전 의장의 신뢰는 굳건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가상자산 거래소 제도화를 공고히 하는 것과 동시에 이정훈 전 의장을 필두로 한 친정체제를 공고히 다진 것으로 평가한다.
빗썸의 소유구조는 국내외 여러 법인이 연결된 순환출자 구조다. 빗썸홀딩스가 거래소 운영사 빗썸 지분 73.56%를 보유하고, 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4.20%를 가진 디에이에이(DAA)다. 그 위에는 싱가포르 법인 BTHMB홀딩스와 SG브레인테크놀로지가 연결돼 있다.
이 전 의장은 DAA 지분 16.73%, 빗썸홀딩스 지분 4.46%도 직접 보유하고 있다. 홀딩스에는 비덴트 역시 지분 약 30%를 가지고 있다. 이 전 의장은 현재 빗썸에셋 대표를 맡아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NXC·FTX 거쳤지만···외부 우군 확보는 미완
시장에서는 현재 빗썸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강화되는 것이 외부 자본 유치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가 들어오더라도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여지가 작다면 지분을 확보할 유인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빗썸 투자 논의에서는 기업가치와 함께 투자 이후 의결권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빗썸은 그간 지분 매각과 기업공개(IPO)를 통한 외부 자본 유입을 추진해왔다. 2021년에는 넥슨 지주사 NXC가 경영권 인수를 검토했고, 2022년에는 FTX와 지분 매각 및 공동경영 방안을 논의했다. JP모건과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계열 등 해외 금융권도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 지분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반면 최근 경쟁 거래소들은 금융사·빅테크와의 자본 협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코인원에는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각각 지분 20%를 투자했고,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경쟁사들이 전통 금융과의 접점을 넓히는 동안 빗썸은 뚜렷한 지분 연계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했다.
시장 부진에 몸값 눈높이도 변수
빗썸은 올 상반기 키움증권을 비롯해 토스, 카카오 등과 접점을 확대했지만 뚜렷한 결과물로 산출해내지는 못했다. 복잡한 지배구조에 이어 지난 2월 이벤트 당첨금 지급 과정에서 비트코인 62만개를 전산상 잘못 지급한 사고도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 관계가 여러 단계로 얽혀 있어 어느 회사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해야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투자 이후의 권한이 명확하지 않으면 외부 자본도 선뜻 들어오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기업가치 눈높이도 맞춰야 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 특성에 따라 가상자산 기업들의 가치 평가도 매번 등락이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시장 상황도 투자 유치에 우호적이지 않다.
빗썸 주가는 지난해 11월 인적분할 후 재상장 당시 35만원에 육박했지만 최근 14만원대로 내려왔다. 올해 3분기 거래대금도 직전 분기보다 18% 줄었다. 거래 부진과 제도화 지연이 겹치면서 거래소의 성장 기대가 약해진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가 줄고 거래소 주가도 약세인 상황에서 기존에 거론된 기업가치를 그대로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가격이나 투자 조건에 변화가 없다면 당분간 투자 매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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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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