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ETF 산업, 상품 넘어 투자 인프라로 확장테마·대형주 쏠림에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제기운용업계 "신상품 경쟁보다 기존 ETF 개편 폭 넓혀야"

가파르게 몸집을 키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다음 과제로 장기 자산관리 기능과 액티브 운용 기반 강화가 제시됐다. 상품 수와 순자산을 늘리는 데 집중했던 경쟁에서 벗어나 연금 등 장기자금을 끌어들이고 패시브 투자 확대에 따른 시장 쏠림과 가격 왜곡 가능성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29일 오후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ETP 시장의 질적 성장 방안'을 주제로 기조연설과 주제발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카메론 드링크워터 S&P다우존스지수(S&P DJI) 최고제품·운영책임자(CPO·COO)를 비롯해 국내 증권·운용업계와 글로벌 지수사업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S&P "ETF 다음 성장축은 디지털금융·비상장·자산관리"
드링크워터 CPO는 글로벌 ETF와 지수 산업의 다음 성장 영역으로 탈중앙금융(DeFi), 비상장시장, 자산관리를 꼽았다.
그는 한국을 아시아에서 ETF 상품 혁신이 활발한 시장 중 하나로 평가하면서 파생상품과 다양한 전략형 상품을 빠르게 받아들여 왔다고 진단했다. 투자 대상이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을 넘어 새로운 영역으로 넓어질수록 투자 기회와 위험을 비교할 수 있는 지수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디지털금융에 대해서는 가상자산 자체보다 금융 인프라의 변화에 주목했다. 자산운용사와 ETF 발행사, 거래소의 디지털자산 참여가 늘면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투명한 규칙,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상장시장도 지수 산업이 확장될 영역으로 제시했다. 연기금과 보험사, 국부펀드에 이어 개인의 사모주식·사모대출 등 대체투자 참여가 늘고 있지만 비상장자산은 거래 빈도가 낮고 가치평가 주기가 길어 성과를 비교하기 어렵다.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일관된 평가 기준과 투명성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드링크워터 CPO는 "지난 30년간 지수 기반 전략은 투자자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며 낮은 비용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며 "앞으로 투자자의 요구가 정교해지고 투자 가능 자산이 확대되는 만큼 새로운 자산과 기술을 이해하고 위험을 비교할 수 있는 신뢰도 높은 기준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은 ETF로 이동···"액티브 역할 주목해야"
국내 ETF 시장에서는 연금을 중심으로 장기자금 유입이 빨라지는 한편 패시브 투자 확대에 따른 쏠림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김진영 키움증권 ETF 글로벌리서치팀 팀장은 "국내 ETF 순자산이 지난 4월 처음 400조원을 넘어섰으며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30%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성장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연금계좌를 통한 장기자금 유입을 꼽았다.
김진영 팀장은 "퇴직연금이 단순 저축 수단에서 개인이 직접 자산을 배분하는 장기투자 계좌로 바뀌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며 "ETF가 이를 연결하는 주요 수단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팀장은 연금 투자에서도 개별 ETF의 단기 수익률보다 전체 포트폴리오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금 시장은 저축에서 투자로,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고 그 중심에서 ETF가 핵심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제 상품에서 포트폴리오로, 다시 통합적인 자산관리 솔루션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TF 성장 과정에서 패시브 자금의 쏠림이 주식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짚었다.
권민경 선임연구위원은 "패시브 상품이 개별 기업의 적정가치를 판단하기보다 지수 편입 비중에 따라 자금을 배분하기 때문에 특정 종목으로 매수가 몰릴 경우 이를 반대편에서 받아줄 투자자가 부족하면 가격 변동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대형주와 소수 종목에 집중된 테마형 ETF에서 이러한 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지난 4월 29일부터 6월 22일까지 35거래일 동안 시가총액 가중지수는 36.4% 오른 반면 동일가중지수는 18.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시총가중형 ETF에서는 3조5000억원이 빠져나갔고 테마·집중형 ETF에는 7조2000억원이 유입됐다. 권 연구위원은 이 자료만으로 ETF가 시장 양극화를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ETF가 특정 테마로의 빠른 자금 이동을 촉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액티브 운용 기반 확대를 제시했다. 권 연구위원은 "해외처럼 ETF 설정·상장·공시 등을 지원하는 '화이트라벨 플랫폼'을 도입해 중소형 운용사의 진입을 넓히고 액티브 ETF의 실질적인 운용 재량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변동성 화두···"쏠림 관리·상품 유연성 필요"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상품 다양화가 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과 ETF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방안이 논의됐다.
권 연구위원은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일률적으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다만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부작용이 더 두드러질 수 있고 특정 방향으로 투자자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환 삼성자산운용 상품전략담당 상무는 "국내 시장의 높은 대형 반도체주 비중이 ETF 상품의 쏠림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이미 국내에 1000개가 넘는 ETF가 상장된 만큼 시장 변화에 대응할 때마다 신상품을 추가하기보다 기존 ETF의 편입 종목 수와 최대 비중, 테마 범위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운용사 재량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 상무는 특히 미국에서 충분한 사전 공시와 투자자 안내를 전제로 지수 방법론 등 상품 구조 일부를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에서도 기존 상품을 리노베이션(renovation)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면 변화하는 산업 흐름에 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호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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