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품목 담합 수사···전·현직 임원 2명 구속과징금·손배 리스크에 사업재편 부담 가중시장집중도·가격 정보 교류 상시 점검해야
중국발 공급과잉에 맞서 생산능력 250만톤 감축을 추진 중인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15조원대 가격 담합 의혹 수사까지 받고 있다. 대규모 사업재편으로 설비를 줄이는 동시에 가격 경쟁과 내부통제 문제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생산설비를 통합·감축하는 방식으로 공급과잉에 대응하고 있다. 올해 승인된 대산 1호와 여수 1호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통해 줄어드는 에틸렌 생산능력은 총 250만톤 규모다. 대산에서 약 110만톤, 여수에서 약 140만톤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생산능력을 줄이는 내용이다. 정부가 제시한 국내 NCC 감축 목표 270만~370만톤의 70~90%에 해당한다.
NCC는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틸렌은 폴리에틸렌(PE)과 폴리염화비닐(PVC) 등 합성수지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자급률 상승으로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노후·저효율 설비를 줄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다만 설비를 줄이는 것만으로 아시아 공급과잉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한국과 일본이 에틸렌 생산능력을 500만~600만톤 줄이더라도 아시아 전체 생산능력이 연간 1억1000만~1억3000만톤에 이르는 만큼 공급과잉 해소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대형 가격 담합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LG화학·한화솔루션·OCI·PKC·애경케미칼·롯데정밀화학·유니드 등 7개 업체가 PVC와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제품의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협의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이 특정한 담합 관련 거래 규모는 15조원 이상이다. 검찰은 전·현직 경영진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 가운데 PKC 영업본부장 출신과 LG화학 임원 출신 등 2명에 대해서만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방어권 보장 필요성과 혐의 소명 정도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수사 대상 품목 가운데 PVC는 시장집중도가 높은 품목이다. 2025년 기준 국내 PVC 시장 점유율은 LG화학 48.2%, 한화솔루션 47%로 양사를 합치면 95% 안팎이다. 사업재편으로 생산설비가 추가로 줄어들 경우 품목에 따라 시장집중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사업재편과 담합 수사가 맞물리면서 업계의 내부통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담합 혐의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공정거래법상 제재와 거래처의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현직 고위 임원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만큼 가격 결정과 경쟁사 접촉 과정에 대한 관리 체계도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결정 과정의 근거를 문서화하고 영업 임직원에 대한 공정거래 교육과 경쟁사 접촉 관리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자율적인 교육·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위해 운영하는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생산능력 감축 과정에서 특정 품목의 공급과 시장점유율이 달라질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설비 통합 이후 품목별 생산능력과 점유율 변화를 점검하고 가격 정보 교류나 경쟁사 간 접촉에 대한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석유화학 사업재편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개별 품목에서 시장집중도가 높아질 경우 가격 경쟁이 약화될 가능성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생산능력 감축과 별도로 시장점유율 변화, 가격 정보 교류, 영업 부문 접촉 등을 상시 점검하는 경쟁정책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lsy2665@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