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환율·AI 감속론 덮은 메모리값···삼성·하닉 하반기 또 최대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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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AI 감속론 덮은 메모리값···삼성·하닉 하반기 또 최대 실적

등록 2026.09.16 13:24

고지혜

  기자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또 한 번 실적의 천장을 높인다. 원화 강세와 AI 투자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하반기 두 회사의 영업이익은 41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HBM4 출하 확대와 서버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악재를 눌러내면서 지난해 역대급 실적마저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244조1322억원, 166조8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규모부터 전례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6개월 동안 지난해 영업이익(43조5300억원)의 약 5배를 벌어들이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47조2063억원)의 3.5배가량을 반년 만에 올릴 전망이다.

이를 단순 일할로 환산하면 삼성전자는 하루 평균 약 1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약 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셈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하루 2조2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하반기 양사의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은 HBM4다. 엔비디아가 지난 7월부터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의 생산 출하를 시작하면서 양사의 HBM4 양산 물량도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앞서 3분기부터 HBM4 생산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상반기 서버 생산을 제약했던 CPU 공급 부족도 점차 해소되면서 서버용 D램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서버 생산이 늘어나는 가운데 주요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들이 내년 D램 공급 부족에 대비해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면서 서버용 D램의 가격과 출하량이 동시에 증가하는 흐름이다.

환율 떨어지고 AI도 브레이크···실적 고점 흔든다


다만 최근 들어 고점을 낮출 변수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환율이다. 2분기 15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1350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업체들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벌어들이는 반면 비용은 원화로 지출하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환산 매출과 이익도 줄어든다. 노무라는 원화 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메모리 업체의 영업이익이 약 12%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에 증권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3분기 기준 씨티는 삼성전자 영업이익 예상치를 115조5000억원에서 104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는 76조7000억원에서 74조원으로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105조7000억원, 73조20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글로벌 AI 업계에서 불거진 'AI 투자 속도조절론'도 새로운 변수다. 최근 앤트로픽과 오픈AI, xAI, 구글 딥마인드 등 주요 AI 개발사 수장들이 최첨단 AI 개발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시장에서는 향후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실제 투자 축소로 이어지면 HBM과 서버 D램 등 AI 메모리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아직 이를 실적 하락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논쟁이 데이터센터 투자나 반도체 주문의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증거는 없고 한국 반도체 수출과 글로벌 AI 공급망 매출도 확장 중"이라며 "신규 주문 축소와 메모리 가격 하락이 나타나면 경계해야 하지만 아직 징후가 없다"고 분석했다.

메모리값이 더 세다?···악재 눌러내는 초호황


이 같은 변수에도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의 이익 방어력이 더 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강세는 달러 매출의 환산액을 줄이는 반면, 메모리값 인상은 판매단가와 마진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는 이미 큰 폭으로 오른 가격이 추가로 뛰는 구간이라는 점에서 효과가 크다. 트렌드포스는 3분기 범용 D램과 서버 D램 계약가격이 전분기보다 각각 13~18%, 낸드플래시는 10~15%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는 고정비 비중이 높은 산업인 만큼 높은 가동률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판매단가가 오르면 인상분 상당 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연결된다. 출하량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가격만으로 이익 증가폭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증권가도 환율 가정을 낮춰 이익 추정치를 일부 조정하면서 메모리 가격 예상치는 오히려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원·달러 환율 가정을 1553원에서 1400원으로 낮추면서 삼성전자 영업이익 추정치를 내린 동시에 D램 평균판매가격(ASP) 예상치는 상향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나 AI 투자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현재 메모리 수급 자체가 워낙 타이트하다"며 "HBM과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실적을 떠받치는 힘은 메모리 업황 쪽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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