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 서류 없이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도입된 '실손24'가 시행 2년을 맞았지만 실제 이용률은 여전히 미미하다. 지난 7월 실손24를 통한 보험금 청구 건수는 45만8388건으로 지난해 실손보험 월평균 청구 건수의 4.6%에 그쳤다.
문제는 소비자가 실손24를 이용하고 싶어도 정작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다. 보험개발원이 국회 정무위 박민규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실손24 연계 대상 요양기관(병·의원, 약국) 10만5643곳 가운데 실제 연계가 완료된 곳은 4만2808곳으로 연계율이 40.5%에 불과했다. 특히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의원의 연계율은 18.1%에 그쳤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전자의무기록(EMR) 업체다. 실손24는 의료기관의 EMR 시스템을 통해 진료내역 등을 전송하는 구조인 만큼, EMR 업체의 참여가 의료기관 확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의원급 EMR 업체들은 약 6600개 의료기관을 확보해 시장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돼 이들의 미참여가 실손24 확산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금융위도 올해 4월 실손24 연계율이 낮은 주요 원인으로 대형 EMR 업체의 참여가 저조한 점을 꼽았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들은 2024년 실손24 구축에 1184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매년 242억7000만원의 운영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보험업계와 유관기관은 EMR 업체에 서버비·시스템 개발비·확산비·유지보수비 등을 지원해왔다.
그런데도 실손24 확산 과정에서 추가적인 경제적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진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이미 구축된 공적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소비자가 보험금을 청구할 때 이용하는 의료기관까지 연결돼야 하는데, 그 마지막 단계가 민간 업체의 사업적 판단에 막혀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EMR 업체 입장에서도 실손24 연계를 위한 시스템 개발과 유지관리에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경제적 보상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보험개발원이 EMR 업체와 의료기관에 연계에 필요한 기술을 직접 지원하고 있고 보험업계 역시 서버비·시스템 개발비·확산비·유지보수비 등을 지원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경제적 보상 요구가 공적 인프라 확산의 걸림돌이 돼서는 곤란하다.
실손24는 단순히 보험사가 자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민간 서비스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국민의 실손보험금 청구 편의를 높이기 위해 추진한 공적 인프라다. 금융위 역시 실손24를 약 400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공적 인프라로 규정하고 미참여 EMR 업체의 참여를 독려해왔다. 올해 5월에는 주요 EMR 업체의 참여를 계기로 연계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그렇다면 이제는 단순히 '참여를 독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적 인프라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민간 업체의 시스템 연계가 중요한 만큼, 미참여 업체의 담합 등 부적절한 행위에는 강도 높은 제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제재 방안 마련을 밝힌 이후에도 연계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만큼, 실제 참여를 이끌어낼 후속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손24가 도입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소비자가 병원에 갈 때마다 '이 병원은 실손24가 되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1184억원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하고 매년 운영비까지 투입하고도 정작 소비자가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다면 그 비용과 불편이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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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은서 기자
eun96@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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