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로 유가 급등골드만삭스, 최대 120달러 경고정부, 석유 최고가격제로 충격 완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재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한국 경제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받으면서 공급 불안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55% 상승한 배럴당 9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역시 1.75% 상승한 배럴당 94.66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유가 상승의 가장 큰 배경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감소하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7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주요 원자재 운반선은 7척으로 전날 8척에 비해 감소했다.
해외 투자은행과 기업들은 최근 유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동 해상 운송에 대한 공격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은 중국의 수요 회복과 중동의 지속적인 대치 상황으로 인해 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유가는 크게 세 가지 경로가 예상된다. 중동 긴장이 현재 수준에서 유지되면 배럴당 80~100달러의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주요 산유국의 생산 차질이 확대되면 100~12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휴전이나 긴장 완화로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현재 가격에 반영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사라지면서 70~80달러대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 자체보다 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이 더 부담스럽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한국의 특성상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함께 오르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과 기업의 원가 부담이 동시에 커지기 때문이다. 정유·석유화학뿐 아니라 항공·운송·제조업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국내 주유소 가격에는 아직 국제유가 급등분이 전부 반영되지는 않고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가격 충격을 일부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휘발유 가격도 국제유가 상승과 달리 하락 흐름을 이어가면서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충격을 일단 제한하고 있다.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한 점도 완충 요인이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낮아지고 미국 등 미주산 원유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다. 특정 지역의 공급 차질이 국내 원유 수급 전체를 흔드는 위험을 과거보다 줄였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다. 정부가 가격 상한과 재정 투입 등을 통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을 억제하더라도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급등하면 정책으로 흡수할 수 있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정유시설 차질까지 겹칠 경우 원유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결국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기업의 이익을 압박한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유가 충격이 에너지 가격에 그치지 않고 환율과 물가, 금리로 번지는 이유다.
한국 경제의 최대 변수는 이제 국제유가의 절대 수준만이 아니다.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여부와 함께 원·달러 환율, 국내 석유제품 가격, 정제마진을 동시에 봐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중동 긴장이 단기간에 해소되면 유가는 다시 안정될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현실화되면 정부의 가격 안정 대책을 넘어 기업과 가계 모두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비해야 하는 국면이 될 수 있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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